북한이 미국 포용해 중국 영향력 약화되는 것 우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대망의 북미 정상회담이 하루 앞둔 가운데 중국이 냉전시대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을 미국에 뺏길까 초조해 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가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제인 퍼레즈 뉴욕타임스(NYT) 베이징지국장은 10일(현지시간)자 특파원 칼럼을 통해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이 앞서 두 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면서 북한과 관련된 외교 속도전에 우위를 점한 듯한 양상을 띠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남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로 예상되면서 중국이 초조해 한다는 게 일부 정치 외교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자들이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 제3자가 되는 데에 익숙치 않다는 것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내일 오전 10시(한국시간)에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근본적으로 중국 지도부가 걱정하는 건 북한이 적국인 미국을 포용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양축 균형을 잡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 폐기에 대한 몇몇 선언을 대가로 미국에 제재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거나 아예 스스로 개척해 나가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의 저명한 북한 역사학자 션 즐화는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은 중국을 완전히 믿진 않는다. 일종의 복수심의 사고방식도 엿볼 수 있다"며 "(중국에 있어) 최악의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한국과 북한, 미국이 손을 잡고 중국이 도태되는 것"이라며 '차이나 패싱'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이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는 전개도 중국을 불안하게 하는 가능성이다. 한국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이 주관하고 결과적으로 통일이 되면 미군이 중국 대륙의 "문턱까지" 자리할 것이며 그동안 안보 위험성으로부터 지켜준 북한의 '완충제(buffer)' 역할을 사라질 것이란 논리다.
퍼레즈는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북한이 심지어 중국과의 오래된 동맹 관계를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이런 걱정을 하는 건 과거 경험이 있기 때문인데,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이 1972년에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소비에트 연방과 동맹 관계를 끊은 바 있다.
미국 워싱턴 민간연구소 스팀슨센터의 윤 쑨 중국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과거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과 소름끼치게 비슷한 상황을 트럼프와 북한의 회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만일 중국이 그리 할 수 있다면 북한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신화통신 뉴스핌] |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평화협정에 서명하면서 공식적으로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주한 미군 2만8500명의 철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는 한반도 전체를 중국 영향력 아래에 둘 수 있는 최상의 결과이며 동시에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이처럼 다양할 수 있음에도 불구, 서방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맹 관계를 미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아시아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신뢰가 불확실한 트럼프를 믿고 감행하지 않을 거란 진단이다. 휴 화이트 호주 방위 전략가는 "북한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고 믿을 근거가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화이트는 그나마 그럴싸한 시나리오는 북한이 중국에 의존성을 줄이고 독립체재로 전향할 방안 모색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 만나는 등 이례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개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비록 트럼프는 인권문제를 문제삼지 않았지만 북한의 공산주의 독재 정부를 향한 워싱턴의 반발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리비아 모델'을 요구하며 북한의 체재 변화를 주장해왔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어찌되든 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구애는 지속될 전망이다. 당초 전용기 참매1호로 싱가포르행을 택할 것 같았던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이전 전용기이자 중국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747 항공기를 타고 왔다. 김정은의 안보를 위한 시 주석의 배려로 풀이된다. 에어차이나는 또 무기한 운행을 중단한 베이징-북한 정기노선을 지난 6일부터 재개했다.
존 드루리 연세대학교 중국학 부교수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의 싱가포르 후(後) 전략의 일부일 거라며 그는 미국이나 중국도 아닌 주관이 뚜렷하게 행동할 거라고 내다봤다. 드루리는 "김정은은 미국을 철저히 '배제'하기 보단 역학관계의 균형을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