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합의 등 과거 고위급 합의 뛰어넘을 수도"
일각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우려 제기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과연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세기의 이벤트임에는 분명함에도 그 결과에 대해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11일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결과물로 비핵화 타임 스케줄에 주목하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들어가고, 타임프레임(Timeframe, 기간) 정도만 들어가면 성공적인 합의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이어 "지금 돼가는 거 봐선 극과 극 중 하나다. 잘 된 합의 아니면 아예 합의가 안 되거나"라며 "CVID는 들어갈 것 같다. 북한이 막판에 받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임프레임이 들어갈까 안 들어갈까 그게 좀 약간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비핵화와 관련한 시간표 정도는 이번 회담에서 나와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엄 소장은 "큰 기대는 어렵고, 아마 판문점 선언처럼 포괄적으로 합의하는 가운데 가시적인 조치가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나 이미 만들어진 핵탄두 외에 핵물질이나 원심분리기 폐기를 정한 타임 스케줄 같은 가시적인 조치가 하나 정도는 나올 것 같다"고 판단했다.
즉, 적어도 판문점 선언 이상의 결과물은 내놓아야 할 것이고, '그 이상의 결과물'이란 것은 비핵화 관련 타임 스케줄 정도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분석은 그동안에도 북핵 문제에서 비핵화 합의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없거나 있었다해도 잘 지켜지지 않은 게 문제였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최 부원장은 "타임프레임이 없었고, 사찰에 관한 규정이나 합의가 굉장히 모호하게 돼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과거의) 그것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말도 안 되는 합의를 내놓고 성공이라고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타임 스케줄 정도로도 '성공' 타이틀을 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마저도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싱가포르 현지에서 오전, 오후에 걸쳐 비핵화 협의를 이어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몇 차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며 양측 간 합의가 쉽지 않음을 드러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와 관련, 북한의 협상 스타일이 최종 결정을 최고지도자에게 넘기는 것이기에 실무진 협상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엄 소장은 "전통적인 북한의 협상 전략"이라며 "김정은에게 결정을 넘기는 것으로, 판문점 선언을 봐도 실무선에선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 소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했던 말들을 언급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어제도 '김정은이 빨리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 전에는 '북한 실무진이 협상에서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았다'거나 아예 '협상 장소에 나오지도 않았다'고 한 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엄 소장은 "북한 실무진들이 구체적인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만나긴 만나도 얘기하고 들어주는 척만 하는 것"이라며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해선 결정을 안 내린 상태에서 그걸 정상회담에 넘기려는 것이다. 그런데 정상회담에선 실무적인 로드맵을 짤 수가 없으니 선언적 합의에 그칠 것이고, 다시 그걸 실무 회담으로 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에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VID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북한이 비핵화 수용 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최후통첩으로 읽힌다.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 카펠라호텔 전경 [사진=카펠라호텔] |
한편 이와 달리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고, 더구나 정상회담인 것을 감안하면 제네바 합의나 9.19 성명 등에 비해 진일보한 성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미 비핵화에 대해선 판문점 선언에 다 나와 있다. 또 1994년 제네바 합의, 2000년 조명록 차수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의 북미공동커뮤니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있었다"며 "제네바 합의 등에 양국 간 관계정상화 협상, 핵 동결, 경수로 건설 일정 등 기간이 다 나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고위급 회의에서 그렇게 나왔는데 하물며 정상회담에서야 (더 말할 게 있겠나)"며 "(그때보다) 국제사회 관심도 더 큰데, 그(과거 합의) 이하의 결과를 내놓으면 누가 성공한 회담이라 인정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김정은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는데 무엇이 두렵겠나"며 "문제는 미국의 완전한 체제 보장, 다시 말해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에 대해서 확고하다는 판단이 서면 김정은은 CVID 아니라 그 이상도 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간단히 얘기해서 비핵화 체제 보장 시간표, 초기 단계 이행 목록, 사찰 검증 기간, 종전 선언, 상호 불가침, 합의 사항 이행 위한 실무회담 개최 문제, 차기 정상회담 문제 등이 다 합의문에 들어갈 것"이라며 "합의문 형태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싱가포르 선언'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