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은 딘 애치슨 전 미국 국무장관의 '애치슨라인' 선언을 되풀이한 걸 수도 있다고 한 전문가가 분석했다.
메이카이 대학교 부교수이자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고타니 데쓰오(小谷哲男)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내렸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해리 트루먼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 1950년 애치슨 국무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행한 연설에서 악명 높은 '애치슨라인'을 선언한다. 아시아에서 공산주의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알래스카의 알류샨 열도부터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미국의 방위선을 발표한 것이다. 이같은 연설이 있기 몇 달 전 미국은 2년 전 소련의 철군에 따라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했다.
애치슨라인에서 한반도는 제외됐다. 애치슨라인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했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남침을 인식했고 이를 지지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고타니 연구원은 주장했다. 애치슨라인이 한국전쟁의 발발 배경 중 하나가 됐다는 설명이다.
고타니 연구원은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과 애치슨 전 국무장관을 비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무력화하고 축소하며 궁극적으로는 철수해 새로운 규범을 세울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만이 주한미군 철수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역시 재정 부담을 줄이길 원했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미국의 해외 개입을 줄이기 위해 한반도에서 모든 지상군을 철수하려 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유(motive)는 두 전 대통령의 혼합"된 형태일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고타니 연구원은 두 가지 이유에서 주한미군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첫째로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선언'에서 남한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주한미군 주둔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문재인 정부가 2022년까지 주한미군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환수할 의향을 표명함에 따라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기능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주한 미군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유일하게 작전 통제권을 갖고 있다. 반면 주일미군은 작전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고타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시아의 군사 균형을 너무 빨리 바꿀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38선을 일대의 긴장감은 줄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남한은 주한미군 유지보다 긴장 완화를 선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 완화는 "중국이 그 지역을 조종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높여주고, 또 중국은 한반도에서 대만 같은 다른 곳으로 초점을 이동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대만은 주한미군 철수가 대만 해협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고타니 연구원은 "트럼프라인이 일본을 아시아 대륙에서 권의주위적인 정권들과 맞대고 있는 최전선 국가로 남겨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방위전문가는 일부 쓰시마 해협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 대신 새 '분쟁 지대(hot spot)'가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로운 동북아 상황과 대일 무역적자를 고려해 주일미군 주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일본은 미국과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했던 오랜 안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고타니 연구원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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