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 내에서는 회담 장소 선정 등 물밑에서 준비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파악된 바로는 시기는 오는 9월 쯤, 장소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나 미국의 뉴욕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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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좌)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블라디보스톡, 거리상 이점 있지만 중국이 불쾌해 할까 우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첫 번째 후보지로 검토하는 곳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다. 오는 9월 11~13일 이곳에서 열리는 ‘동방경제 포럼’에서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이 만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포럼에서 만날 것을 제안하며 러시아 방문을 요청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블라디보스톡은 북한과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 중국과 최근의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해외 방문 경험이 없는 김 위원장에게 가까운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은 정신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으로 꼽힌다.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싶어 하는 푸틴 대통령의 체면도 세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으로서는 러일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 러시아에서 북일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해 왔던 중국의 불쾌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게 단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또 일본의 동맹국이 아닌 러시아에 회담 내용이 누설될 우려도 있다.
◆ 뉴욕, 북미 재회담 후 자연스런 만남 가능하지만 너무 멀어
9월 중하순 경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양 정상이 만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김 위원장이 뉴욕에 오게 되면 재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확률이 높다. 북미 간 재회담 후 북일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하지만 유엔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에 앞장서고 있는 당사자인 데다, 지금까지 북한의 지도자가 미국을 방문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또 뉴욕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도 난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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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성과 없을 경우 아베 총리에게 큰 타격
평양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선택지의 하나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직접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김 위원장에게 납치 문제 등에서 진정성 있는 대응을 압박하는 효과는 있지만, 만일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일본 내 비판 여론 등 아베 총리가 짊어지게 될 부담이 너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총리 주변에서도 “평양에서의 회담은 최후의 수단이다. 납치 피해자의 귀국에 확신이 섰다고 판단했을 때 가능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캐논글로벌 전략연구소의 미야게 구니히코(宮家邦彦) 연구주간은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짧게 이야기하고 ‘유엔총회에서 차분히 얘기합시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이 16~17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67%는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조기에 회담을 해야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55%)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반면 “서두를 필요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26%에 그쳤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