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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원, 갈 길 먼 중국 진출…“현지 시스템, 수요 파악이 관건”

기사입력 : 2018년06월19일 06:25

최종수정 : 2018년06월19일 06:25

황금알 낳는 中 의료시장…2020년 1400조원 전망
현지 시스템 무지와 전문가 부족…사업 중단 속출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국내 대형병원들이 중국 의료시장 진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지 시스템 파악 부족과 제대로 된 중국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아직 희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중국의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향후 2020년까지 1조달러(1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병원들이 대륙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 국내 의료기관, 장밋빛 꿈 안고 대륙 시장 노크

서울대병원은 이달 초 대한의원에서 중국 훙츠의료그룹과 전략적동반자협정 체결식을 가졌다. 행사는 서창석 원장과 중국 10개 성시에 걸쳐 100개의 의료기관을 소유한 훙츠의료그룹 이촉광 CEO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협정에는 훙츠의료그룹 산하 병원인 당산시중심병원, 당산훙츠병원 등과의 협력을 통한 서울대병원의 선진의료기술 전수, 현지 의료진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 등이 포함됐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지난달 고려대학교병원 의료기기상생사업단은 중국 동북3성을 방문했다. 의료기기상생사업단의 중국방문은 중국 길림시, 정대국제병원과의 교류협력을 추진하고, 중국병원과의 협력을 위한 MOU를 논의해 대륙 진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세의료원은 중국 서비스기업인 신화진그룹과 손잡고 칭다오에 종합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앞서 양 기관은 병원설립을 위해 지분구조 50대 50으로 약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2015년 계약을 체결했다.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1000병상 규모로 2020년 개원 예정인 영리병원이며, 서울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본관의 건축적 특징 및 노하우가 그대로 반영될 예정이다. 신화진그룹은 전액 현금으로 출자하고, 연세의료원은 병원건립 자문과 세브란스 상표 사용권 등 현물을 매각해 마련되는 현금을 출자한다.

특히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고소득층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국내 제약사도 투자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신화진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칭다오세브란스병원에 200억원을 투자해 합자 경영을 하는 계약 내용을 담고 있다. 

◆ 현지 시스템 파악·중국 파트너 옥석 구분…성공 지름길

하지만 중국에서 한국 대형병원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으며, 아직 장애 요인이 많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륙 진출 시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위기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1당 공산당 체제다. 외교적인 상황에 따라 현지 진출 해외기업이 큰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일례로 사드 보복 피해를 입은 롯데는 롯데마트 중국사업을 지난 4월 현지사업자에게 대부분 매각하며 사실상 접었다. 아울러 롯데마트의 해외사업 비중도 재조정되고 있다.

의료기관 역시 예외가 아니다. SK가 2004년 베이징에 설립한 SK아이캉 병원은 2009년 철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지화 전략 실패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 외교부 직원이 중국 병원에서 시술을 받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두 나라의 외교부는 마찰을 일으켰다. 결국 SK아이캉 병원에 중국 당국 직원 300여명이 기습 점검을 벌였고, 3개월 동안 영업을 못하다가 문을 닫았다.

게다가 중국은 의료법상 외국 병원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반드시 중국인 손을 잡아야 하는데, 믿을만한 현지 파트너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국내 병원이 중국 파트너와 손을 잡고 대륙 진출을 결정했다가 무산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몇 년 전 아주대학교의료원은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무산됐다. 순천향대중앙의료원 역시 중국 칭다오에 100병상 규모의 산후조리원 설립을 위해 현지에 ‘순천향 사무소’까지 열었지만 취소됐다.

◆ 중국인 수요, 주로 성형 치아교정 등 미용의료에 집중

또 실패 원인으로 중국인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도 꼽힌다. 한국 의료기관은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훨씬 발전됐다고 맹신하고 진출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이 관심 있는 분야는 전혀 다르다.

중국인들은 성형, 치아교정, 피부 시술, 미용 침술 등 한국 미용 부문 의료에 관심이 많다. 반면 질병 치료는 중국 전체 병원 중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립의료기관을 찾으며, 상위 1% 부자와 고위급 인사는 항암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직접 건너간다.

중국 현지 의료업계 종사자는 “중국 민영 의료기관은 의료와 행정을 분리하기 때문에 경영 전문가들이 병원 운영을 맡는다”며 “반면 한국은 의료진이 병원 경영을 하고, 중국 진출 시 시장조사, 법률 검토 등 중요한 사업전략을 비전문적인 내부자에게 맡기면서 리스크가 큰 계약을 맺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한국의 좁은 시장에 비해 중국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매력적이다. 특히 중국 환자는 인내심도 많아 한번 찾은 의사에게 수년 동안 치료를 받는다”며 “이미 현지 공립병원들의 민영화가 시작됐고,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자본이 들어오고 있는 만큼 대륙 진출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ur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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