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괴리 무역전쟁으로 위안화 약세 가속
물가안정 위안화 국제화 중장기 환율 안정 효과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위안화가 단기적으로는 약세를 이어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런쩌핑(任澤平) 헝다(恒大)연구원 원장이 전망했다. 중미무역분쟁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시스템 리스크 관리능력이 견고해 위안화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한때 6.7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3개월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11개월 만에 위안화 환율이 6.7079까지 오른(위안화 가치 절하) 것이다. 위안화 약세로 외자 유출 우려가 확대되자, 3일 인민은행은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해 위안화 환율도 합리적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에 나서기까지 했다. 4일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환율을 전일보다 0.15% 오른(위안화 가치 하락) 6.6595위안으로 고시했다.
◆ 중미 무역전쟁, 성장 둔화로 단기 위안화 약세 지속
런쩌핑 원장은 중국 신랑차이징(新浪財經) 기고문을 통해 위안화의 4가지 악재와 호재를 지목하며 위안화 흐름을 전망했다. 먼저 4가지 위험 요인으로는 ▲중미 통화정책 괴리 ▲중미 무역분쟁 ▲중국 금융주기 하락 ▲경제성장 둔화를 꼽았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기준금리를 2차례 인상했고 연내 추가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미 연준은 올해 미국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
반면 인민은행은 올 들어 지급준비율을 3차례 인하했고 충분한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한다고 밝히며 통화 완화에 무게를 둔 정책을 시사했다. 6월엔 소형기업의 재대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고 대출 한도를 확대하기도 했다. 중미 통화정책이 서로 상반된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미 무역분쟁도 심화되고 있다. 중미 양국은 6일부터 고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며, 오늘(4일)까지도 타협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미 상품수출 규모 증가율은 5.4%로, 전년 동기비 증가율 19.4%보다 크게 둔화됐다.
런 원장은 6일부터 무역전쟁이 실제로 발발한다면 단순히 무역 흑자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달러지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위안화는 물론 신흥국 통화들이 동반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중국 금융주기 하락과 경제성장 둔화는 위안화 약세를 일으키는 내부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2017년 중국은 GDP성장률 6.9%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6.8%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기업들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했고 대기업들의 부채비율도 개선됐다.
런 원장은 그러나 “정점을 찍은 중국 금융주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금융 디레버리징과 관리감독이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채권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는 확대되는 한편 인프라투자는 예년보다 줄어드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차이신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및 5월 공업이익 증가율 등 경제지표는 모두 전월보다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4일 사회과학원은 2분기 성장률이 6.7%, 2018년 전체 성장률은 6.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런 원장은 “당국의 금융개혁 지속과 성장률 둔화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위안화 약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리스크 관리 능력 충분, 위안화 국제화로 위안화 절하 방어 가능
반면 런 원장은 ▲견고한 경기 회복력 ▲물가 안정 ▲시스템 리스크 관리 ▲위안화 국제화를 환율을 지탱하는 4개의 지지대로 꼽았다.
런 원장은 중국 경제가 견조한 경기 회복력을 바탕으로 L자형 중속 성장을 지속하고 장기적으로 5~6%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예전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됐으나,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의 성장률보다 2~3배 이상 빠른 속도라는 설명이다.
런쩌핑 헝다연구원 원장 <사진=바이두> |
내수확대 및 당국의 유동성 조절로 인해 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 5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비 1.8%올라 시장 예상치와 부합했다. 발개위(發改委)는 하반기 중국 소비자 물가가 중미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스템 리스크 관리는 정부당국의 계획대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런 원장은 평가했다. 부채의 주식전환(債轉股)으로 국유기업 부채비율은 줄어들었고, 석탄 등 과잉산업 구조조정으로 질적 성장의 틀을 마련했다. 무분별한 해외 투자를 관리해 리스크를 축소하는 한편 외환보유고 3조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 지속도 환율 안정 요소 중 하나다. 지난 4월 인민은행은 연내 후룬퉁(滬倫通, 상하이-런던 증시 교차거래) 개통을 기정사실화하며 중국 투자 기대감을 높였다. 6월엔 중국 A주가 MSCI신흥지수(EM) 및 중국지수 편입이 시작됐고, 오는 9월엔 2.5%를 추가로 편입해 편입 비율이 5%로 늘어난다. 런 원장은 “금융시장 개방을 가속화해 시장 투명성이 높아졌으며,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런 원장은 "위에서 설명한 4가지 악재와 4가지 호재가 각각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환율 안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융 위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 경제 펀더멘털도 여전히 양호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런쩌핑 원장은 중국의 스타 경제학자로 꼽힌다. 부동산 가격 급등, 상하이지수 강세를 전망해 인기를 끌었다. 국무원 연구실을 거쳐 팡정(方正)증권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연봉 1500만위안(26억원)을 받고 헝다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