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세곡·서초 내곡동, 과천시 '매물 잠김'..매도자 우위 속 관망세
일각에선 임대주택 들어서 집값 떨어뜨릴까 우려하는 문의 이어져
"공급확대책 발표가 순차적이거나 추상적이면 투기수요 높아질수도"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8월 중순까지 매수·매도문의도 많고 호가도 계속 오르는 분위기였는데 지난주부터 매물이 뚝 끊겼어요. 집 주인들이 물건을 죄다 거둬들이고 좀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예요." (서초구 내곡동 O공인중개소 관계자)
수도권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발표 후 강남 및 과천 일대 부동산 시장에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도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공공택지지구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대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유력한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지목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교통 인프라는 더뎠던 과천 주암동을 중심으로 서초 내곡동, 강남 세곡동 일대는 모두 높은 개발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7일 서울시내 주요 그린벨트내 취락지역과 주변 주거지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당·정·청이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겠다는 발표 이후 일대 땅들은 물론 아파트 매물도 사라졌다.
경기 과천 및 세곡·내곡동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수도권 공급확대 이야기가 나온 지난달 27일부터 매물 잠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곡동 O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그린벨트 토지는 물론 주변 아파트 단지까지 매물이 사라졌다”며 “그린벨트 토지주는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고 집주인들은 개발 기대감에 우선 매물을 거둬들인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49.13㎢로 서울시 전체의 24.62%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중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지구와 양재동 우면산 일대, 송파구 방이동, 강동구 둔촌동과 상일동, 강서구 일부 지역에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왕과천)이 한국주택토지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천에도 115만6000㎡ 부지에 공공택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지난 3월 기준 서울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현황 [자료=서울시] |
서울시내 그린벨트 지역이 많지 않고 입지상 수도권에서 해제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도 제한적이라 이들 지역에 특히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오히려 집값 및 땅값 하락을 우려하는 매도자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곳도 있다. 강서구 일대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없는데 그린벨트가 풀리면 오히려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땅 주인들의 전화만 오늘 하루 세 건 정도 받았다"고 말했다.
송파구 방이동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택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를 수용한다는 이야기에 그린벨트 토지 매수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전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천 주암이나 내곡·세곡 일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인프라 개발이 더뎌 이번 개발로 위례과천선을 비롯한 철도망 개발에 힘이 실리리란 기대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다른 지역은 오히려 임대주택과 공공주택이 대거 분양돼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거나 정부가 싼값에 토지를 수용할까 우려해 반대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실질적 발표가 나오는 추석 전후까지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투기수요가 나타나는 것은 정책이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한꺼번에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추석 전 이뤄지는 발표가 얼마나 구체적인지에 따라 투기 수요가 단기적으로 폭증할 수도 있고 안정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추석 전 나올 발표안에 알맹이가 없고 그린벨트 해제지역이 동시에 발표되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발표되는 방식을 취한다면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투기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