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묵 "긍정적인 신호지만…비핵화 관련 진일보한 행동은 아냐"
신인균 "북미관계 개선에 매진하겠다는 것…남북관계에도 좋은 신호"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9일 정권수립기념일(9.9절)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 자극을 피하고, 대화무드를 조성하기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과 교도통신 등 외신들은 북한이 이날 오전 종료된 9.9절 열병식에 ICBM은 동원하지 않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은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미국 본토까지 다다를 수 있는 수준이라고도 평가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사거리 1만3000㎞로 추정되는 ‘화성-15형’을 이동식발사차량(TEL)으로 옮긴 후, 지상거치대에서 발사해 긴장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네 번째 방북 ‘무산’도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이상 기류를 만들었다.
[평양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과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정권수립 70주년 9.9절 열병식서 손을 흔들고 있다. 2018.09.09. |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을 가동시켰고, 북미 간 중재자·촉진자 역할에 매진했다.
이날 북한이 열병식에 ICBM을 등장시키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특사단의 방북 이후 교착상태에 있던 북미 간에도 활로를 빠르게 찾는 모습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친서가 곧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가 현재 오는 중”이라며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이를 미뤄, 김 위원장이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ICBM을 열병식에 등장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북미 간 어렵게 조성된 ‘대화 무드’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화의 국면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다만 ICBM이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비핵화에 대한 진일보한 행동을 보였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북한이 이른바 건군 창건일(2월8일) 열병식 당시에는 화성-14, 15형을 선보인 적이 있다”며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번에 ICBM을 과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조금 더 매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 같다. 아울러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좋은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 2018.02.09.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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