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증발에 트레이딩 여건 악화..바겐헌팅 나선 투자자도 베팅 힘들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극심한 폭락에 시달린 신흥국 자산을 매입하려는 ‘바겐 헌팅’ 움직임이 투자자들 사이에 포착됐지만 유동성이 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원하는 호가가 제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더라도 실행하는 일이 여의치 않고, 작은 재료에도 자산 가격이 널뛰기를 연출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신흥국 자산시장에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추세적인 반등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데 월가의 투자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1달러 당 37페소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지속, 연초 이후 반토막에 해당하는 폭락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페소화와 동반 급락했던 아르헨티나 주식시장도 저점에서 반등했고, 달러화 표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1% 선에서 10% 선으로 후퇴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세수와 지출의 차액을 의미하는 본원적 재정적자를 내년까지 제거할 것이라고 밝힌 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500억달러의 대기성 차관을 집행할 의지를 보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 사이에 저가 매수 움직임이 고개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스 부채위기를 포함해 위기 상황에 과감한 베팅으로 쏠쏠한 수익률을 챙긴 경험을 가진 트레이더들이 신흥국 시장 진입 기회를 적극적으로 엿보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자산운용사들이 해당 자산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 두더라도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극심한 유동성 결핍을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했다.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이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커다란 걸림돌이다.
핌코의 지니 프리다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올들어 신흥국 시장이 갖가지 충격에 홍역을 치렀지만 가장 커다란 ‘서프라이즈’는 유동성이 증발한 데 따른 자산 가격의 급등락”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유동성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았던 이머징마켓이 꼬리를 무는 위기 상황을 맞으면서 더욱 극심한 난기류를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상적인 트레이딩이 어려운 탓에 ‘입질’을 시도하는 매니저들조차 베팅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이 월가의 얘기다.
신흥국의 외화 표시 부채는 과거 10년간 눈덩이로 불어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과 강달러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신흥국 자산의 트레이딩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는 신흥국 리스크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금융시장의 저항력이 궁극적으로 꺾일 것이라는 주장이 월가 투자은행(IB)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