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0일 검찰의 첫 사법농단 구속영장 기각
검찰 "모순적 행태…잘못된 메시지 주는 것"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첫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이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팀 관계자는 20일 저녁 대법 자료를 무단으로 들고나와 파기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격분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각을 위한 기각이다. 그동안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영장을 기각해 왔다"며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 된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은 기각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출석하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9.12 kilroy023@newspim.com |
이어 관계자는 "유 전 연구관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며 "그럼에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있어서 공개적·고의적으로 증거를 인멸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유 전 연구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한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0시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여론의 반발을 예상한 듯 이례적으로 영장 기각 사유를 장문으로 공개했다.
허 부장판사는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의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 전 연구관이 작성한 자료에는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재직 당시 다루던 사건을 수임했다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허 부장판사는 앞서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유 전 연구관의 문건 파기를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례적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나서 "문건 파기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결국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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