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유치원 사태에 분노한 여론…뒷짐 진 교육부 질타
학부모들, 터질 게 터졌다는 입장…"국민 의혹 풀어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지금까지 뒷짐 지고 있던 교육부가 한심하죠.”
유치원생 아이를 둔 학부모 A씨는 비리유치원 이야기에 한숨을 쉬었다. 아이가 입학하기 전, 유치원 세 곳을 들렀다는 그는 "교구는 바로 갖다 버려도 될 만큼 낡았는데 원장은 명품백 메고 다니기에 기가 막혔다”고 혀를 찼다. A씨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치원 비리는 이미 공공연하게 퍼진 사실이다. 교육부가 방관했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리유치원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교육부를 향한 질타가 쏟아진다. 한 시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년 전부터 유치원 회계 부정을 알면서 방치한 교육부와 교육청 관계자도 전면 조사해 국민들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리유치원’ 사태의 충격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 ‘교육부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이들 교육의 초입부터 어긋난 이번 사태의 핵심이 사립 유치원의 주먹구구식 회계 시스템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교육비가 유용되면서 아이들 급식이나 교육의 질이 한참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치원생 학부모 P(35)씨는 "가끔 형편없는 급식 사진이 엄마들 커뮤니티에 올라오곤 하는데, 이런 게 다 교육비를 빼돌린 사람들 탓 아니냐"며 "교육부는 문제가 될 때마다 전수조사 운운하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교육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2조원 대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이 투입되는 전국 사립 유치원의 회계 부정을 차단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비리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가) 지금까지 이런 문제를 쉬쉬하고 숨겨놨었다”며 “이는 교육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A씨 또한 “선진국처럼 감사 제도를 둬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보조금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리 유치원 사태가 터졌지만 학부모들은 무턱대고 화만 낼 수도 없다”며 “맞벌이 부부들은 선택지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유치원에 다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덧붙였다.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 마련에 힘을 써야 한다는 게 A씨를 비롯한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교육부 국정감사가 진행된 지난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1878개 사립 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적발 금액은 269억원에 달했다. 유치원 교비로 명품, 자가용차량 유류비는 물론 성인용품까지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비리유치원 사태가 커지자 교육부는 이달 안에 사립 유치원 회계·감사 시스템 투명성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감사결과와 명단 공개 여부도 1차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각 시·도 교육청과 함께 협의해 추진키로 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