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FA "하버드大, 아시아계 신입생 연 20%로 상한선 두고 있어"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이 하버드대학교가 입학 과정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를 차별했다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15일(현지시각) 양측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고 로이터통신과 미국 CNN방송 등 주요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州) 보스턴에서 하버드대학교의 입시 차별에 시위하는 시위대. 재판을 하루 앞두고 시위대들은 14일 "피부 색으로 차별해서는 안된다"와 "하버드는 아시아계 입학 쿼터를 중단해야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대학에 항의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SFFA는 보수 사회운동가인 에드워드 블럼(65)이 이끄는 단체로, 대학 입학 전형에서 인종이 고려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생과 학부모 2만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SFFA는 하버드대학교가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해 입학 단계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인 학생을 차별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4년 하버드대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60년대부터 인종과 성별 등의 이유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받는 차별을 막기 위해 제정된 소수집단 우대정책은 대학입시와 취업을 비롯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행돼왔다. 미 대학교에서는 아시아인과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의 학생을 우대하기 위해 정책을 시행해왔으나, 최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 과정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대학들이 소수계 우대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해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을 불합격시키고, 다른 인종의 학생들을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SFFA는 하버드대학교가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의 입학 가능성을 높이고, 아시아계 미국인의 입학 기회를 빼앗는 불법적인 "인종별 균형 맞추기"에 관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단체는 또 하버드대가 입학 전형에서 보여온 관행은 "1920~1930년대 유대인 지원자들의 입학을 제한했던 쿼터(할당)를 정당화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차별이다"고 비난했다. 하버드대학교는 과거 1920년대 유대인계 학생들의 15%만을 받아들이는 쿼터제를 도입한 적 있다.
SFFA의 이 같은 주장은 명문대 입시에서 아시아계 학생에게만 높은 잣대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던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재판 첫날 SFFA의 변호인은 SFFA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부터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은 입학 전형에서 차별을 받아왔으며, 하버드 대학교가 매년 입학하는 아시아계 학생 수를 전체 신입생의 20%로 규정하는 상한선을 둬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이 다른 집단의 학생보다 뛰어난 학업 성적을 보여줬지만, 호감도나 기개(grit)를 평가하는 "개인적인"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즉, 대학이 주관적이고 모호한 항목에서 아시아계 지원자에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차별을 자행해왔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이어 "이것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불이익이며, 중요한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하버드대학교 측의 변호사인 윌리엄 리는 이날 SFFA의 주장이 조작된 자료에 근거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사는 앨리슨 버로스 매사추세츠 연방지법 판사에 "하버드는 절대로 지원자의 인종을 부정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만약 인종을 고려했다면, 항상 긍정적으로 고려해왔다"고 강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이 연방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얼마 전 취임한 브렛 캐배너를 포함해, 보수 성향을 지닌 5명의 연방대법관이 포진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수 성향의 판사들이 이번 사건을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금지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보수 성향의 인사 중 일부는 소수집단 우대정책이 백인을 역차별하는 제도라고 주장하며, 폐지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소수집단 우대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와 미 법무부는 예일대학교에서도 아시아계 차별이 있었다는 의혹이 일자 지난달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예일대학교는 차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