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전세계에 '플라스틱 빨대 퇴출' 바람이 불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 오염을 막자는 취지로, 영미권을 중심으로 정부·기업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등으로 대체하는 운동이 일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은 올해 5월부터 해당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외식 프랜차이즈 '가스토(ガスト)'나 맥도날드 등이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중지 방침을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정부도 1년 내에 플라스틱 빨대 금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빨대 제조사들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일본 내 빨대 제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바세(シバセ)공업도 마찬가지로, 해당 기업은 기존 빨대 생산에서 의료용 제품 생산으로 방향을 돌리는 등 '재창업'의 각오로 '역풍'을 이겨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이티 카프아이시앵(Cap Haitian) 해변에 널려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플라스틱 제품이 나쁜 게 아니라 버리는 방식이 문제인데"
아사히신문 취재에 이소다 다쿠야(磯田拓也) 시바세공업 사장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빨대 퇴출 운동에 의문을 표했다. 빨대 제조에서 폐기까지 전 과정을 제대로 관리한다면 해양 오염으로 이어지는 문제는 없을 거란 뜻이다.
시바세공업은 사원 50명 규모로 오카야마(岡山)현 아사구치(浅口)시에 위치해있다. 이 지역은 원래 밀가루가 특산품인 지역으로, 보리나 밀의 줄기를 사용한 빨대가 메이지(明治·1868~1912년)시대에 퍼지면서 일본 빨대산업의 발상지가 됐다.
시바세 공업은 현재 일본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지성 원료를 고온에서 녹여 관 형태로 늘린 뒤 물로 식히면서 생산하는 빨대는 이 곳에서 1초에 5~10개 속도로 만들어진다. 생산되는 제품은 직경 3.5㎜에서 1㎝까지 다양하다. 구부릴 수 있는 주름이 있는 빨대 등 형태까지 감안하면 총 200여개의 상품을 제조한다.
최근 번지고 있는 빨대 퇴출 운동에 시바세 공업도 고민이 깊다. 다만 아직까진 시바세 측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시바세는 애초 대형 외식 체인점에 납품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유통되는 빨대의 90%는 중국이나 한국에서 제조된 수입품이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빨대도 이런 해외제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시바세는 개인 카페 등 소액고객을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는 1998년 이 회사에 입사한 이소다 현 사장의 공이 크다. 1969년 설립된 시바세공업은 8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제과회사인 '글리코(Glico)'의 팩음료 빨대를 납품하면서 급성장했다. 전성기때는 매출의 95%가 글리코에서 나왔다.
하지만 1990년대 경쟁사가 신축형 빨대를 강화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6억엔에 달하던 매출은 1억엔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일본전산(日本電産) 기술자 출신이던 이소다 사장이 거래처 개척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는 5개사밖에 없던 거래처를 약 900개로 늘리며 매출도 4억엔까지 올렸다.
이소다 사장은 빨대 퇴출 운동의 역풍을 이겨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의료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주사침에 쓰는 플라스틱 커버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도 간단히 가공할 수 있다. 지난해엔 약 1억엔을 투자해 의료·공업용 생산 위생실을 정비했다.
시바세공업은 빨대 제조를 시작하기 전엔 소면을 만들던 회사였다. 이소다 사장은 "빨대 퇴출이라는 역풍을 '제3의 창업'의 원동력으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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