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리, 순익 개선..."일회성 요인 때문"
신한·하나, 순익 악화에 되레 '안도·한숨'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일회성 요인 제외하면 순이익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어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은행계 신용카드사 4곳이 이익을 내고도 눈치를 보고 있다. 수수료 인하 요구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내년 카드 수수료를 1조원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카드사들은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의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신한카드 3955억원, 801억원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49.3%, 17.7% 감소했다. 반면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올 1~3분기 순이익이 2455억원, 886억원으로 각각 5%, 9% 증가했다.
KB국민카드, 우리카드는 순이익 증가가 일회성 이익인 '캠코의 채권매각대금' 덕분이라고 적극 설명했다. 이를 제외하면 실적 개선폭이 크지 않다는 거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올해 순이익이 개선된 데는 신용카드 자산, 이용회원 수가, 카드의정석 시리즈 돌풍 등 요인도 한몫 했지만, 캠코로 받은 일회성 이익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며 "이를 제외하면 올 1~3분기 순이익은 16억원 늘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도 올 상반기 '캠코' 이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수수료 인하 영향이다. 실제 KB국민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7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 줄었다.
두 카드사가 '일회성 요인'을 강조하는 것은 '수수료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카드사들은 당국과 TF를 만들어 3년마다 카드 수수료 원가를 재산정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이었던 터라 수수료 인하가 유력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에 내년 수수료를 1조원 가량 내리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7000억원은 기존 금융당국이 발표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액수이고, 나머지 3000억원은 새롭게 요구되는 수수료 인하 절감분이다.
카드사들은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잇단 수수료 인하(지난 10년간 9차례)로 더 이상 여력은 없는 것.
정부는 지난해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하고, 올 7월말 편의점·슈퍼마켓 등 소액결제가 많은 21만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췄다. 내년부터는 매출 5억원 미만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 개인택시 사업자에도 우대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마케팅비가 수익성 악화 원인이라며, 카드사들에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고있다. 카드사들은 마케팅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가서비스 축소를 요구해도,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맞서는 상태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수수료를 이렇게 계속 내리면 몇 카드사는 문을 닫아야할 것 같다"며 "직원들 사이에 회사 존폐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사 한 관계자는 "잇단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돼왔는데, 올해는 흑자를 내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한편 신한카드는 지난해 1분기 대손충당금 산정 모델을 바꾸면서 환입된 일회성 이익이 제외돼 올해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하나카드는 올 3분기 신용판매 증가, 대손충당금 감소 등으로 순이익이 개선됐지만, 지난해 대출채권 매각 요인이 사라져 누적 순이익이 감소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