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춤했던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10월 뉴욕증시가 급락한 데 따른 주가 방어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 비용이 떨어진 것도 기업들의 ‘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시장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뉴욕증시의 변동성을 진정시키는 한편 상승 탄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기업 수익성 둔화와 정책 리스크가 악재로 자리잡고 있어 영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2일(현지시각) JP모간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한 달 사이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390억달러로 파악됐다. 12일까지만 해도 1개월 수치가 120억달러에 그쳤지만 과격한 주가 조정이 이어진 사이 ‘사자’가 봇물을 이룬 셈이다.
이에 따라 10월 자사주 매입 규모는 9월 300억달러에서 대폭 늘어났다. 기업들의 주식 매입은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이끌어낸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서 이번 지표에 시장 전문가들이 반색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증시의 시가총액을 4조달러 이상 증발시킨 주가 조정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화장품 업체 에스티 로더가 지난달 14%에 달하는 주가 폭락을 기록한 가운데 4000만주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고, 반도체 장비 업체 루돌프 테크놀로지가 자사주 매입에 143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업체의 주가는 지난달 20% 곤두박질 쳤다.
컴퓨터 업체 IBM 역시 40억달러 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고,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가 20억달러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 밖에 로열 더치 셸이 20억달러 자사주 매입을 이미 시행했고, 내년 1월 말까지 25억달러 규모로 추가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간은 투자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지난달 주가 급락을 자사주 매입 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영속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3분기 어닝 시즌을 통해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이 확인된 만큼 주가가 회복되는 사이 자사주 매입도 위축될 것이라는 얘기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닐 드웨인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주가 급락을 틈타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기업들이 주가 상승 과정에 다시 발을 뺄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와 해외 수익금 환입에 따른 자사주 매입 여력이 소진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해외 이익금 환입은 지난 1분기 2250억달러에서 2분기 1050억달러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