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유럽 금융 당국은 아마존과 구글 등 대형 기술기업의 금융 서비스 분야 진출 움직임에 대응해 이들을 더 면밀하게 감독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회 일원이기도 한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FT의 '미들 이스트 뱅킹 포럼'에서 대형 기술기업의 금융 부문 침범(encroachment)을 둘러싼 이슈가 "유럽의 금융 당국과 중앙은행 사이에서 매우 활발한 논의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FT는 렌 총재의 이런 발언이 많은 고위 은행가의 환영을 받은 것이라며 이들은 대형 기술기업과의 정면 대결에 우려하며 공정치 못한 경쟁 환경에 대해 불평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유렵 당국과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싸움에서 새 전선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 대형 기술기업은 유럽 사업에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이미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렌 총재는 ECB가 대형 기술기업의 금융 서비스업 진출에 대한 규제를 고려 중인지 묻는 말에 "대형 기술기업이 그 곳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금융 감독자들 사이에서 논의돼야 할 현안"이라고 답했다.
올해 EU에서는 오픈뱅킹 규제가 도입됐다. 은행이 보관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은행 소유가 아닌 고객의 것이라는 취지에서 들어선 규제다.
이에 따라 EU 은행들은 고객 요청에 따라 고객 계좌 정보를 경쟁은행이나 소매업체, 기술기업 등 제 3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처럼 은행의 금융정보를 제 3자에게 공개하는 오픈뱅킹 개념은 기술기업들이 금융 관련 기술 서비스를 개발하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유럽의 고위 은행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이 이런 규정의 좋은 부분만 취하고 다른 규제는 부담하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은 결제나 다른 금융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이미 자국의 소매결제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렌 총재는 은행들이 기후변화 위험에 적응하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렌 총재는 기후변화가 '역대 최대의 시장 실패'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대차대조표 위험을 평가하는 데 있어 해수면 상승과, 극단적인 기후 사건, 강우량 패턴 변화 등의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변화는 은행가나 금융기관에 물리적 위험을 초래한다"며 "차입자의 부채 상환 능력이나 신용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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