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통화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은 한편 해당 지역의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뭉칫돈이 밀려 들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비둘기파 발언이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의 동반 강세에 홍역을 치렀던 신흥국 자산시장에 모처럼 훈풍을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인도 루피화 지폐 [사진=로이터 뉴스핌] |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인도 루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뉴욕외환시장에서 장중 각각 1% 선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들 통화는 연초 이후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날 상승 모멘텀에 관심이 쏠렸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랜드화 역시 1% 상승하는 등 신흥국 주요 통화가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신흥국 주식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밀려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8일 하루에만 관련 상품에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홍수를 이뤘다.
투자자들 사이에 ‘사자’가 봇물을 이루면서 아이셰어 코어 MSCI 이머징마켓 ETF가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억달러 선을 회복했고, 블랙록을 포함한 그 밖에 자산운용사의 ETF에도 대규모 자금이 집중됐다.
신흥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올들어 5조달러 이상 증발한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반전이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날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중립 금리에 바짝 근접했다는 진단이 내년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를 대폭 떨어뜨렸고, 이어 신흥국 자산의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는 얘기다.
신흥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연초 이후 급락이 지속된 데 따라 과거 13년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 파월 의장의 긴축 사이클 감속에 대한 ‘힌트’가 투자자들의 베팅에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PT 바하나 증권의 사트리아 삼비잔토로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온건한 발언이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와 시장 방향에 반전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협상이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담 결과에 따라 신흥국 자산시장의 단기적인 향방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BNY 멜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양국 정상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무역전쟁이 악화될 경우 중국 위안화가 10% 급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UBS는 내년 1월 미국의 관세 인상 보류를 포함해 건설적인 결과가 도출될 경우 신흥국 자산시장이 일정 기간 상승 모멘텀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