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서울과학기술대, 학교 부지 내 '대학협력형 행복주택' 건설 협약
노원구 "나노연구단지 유치할 것...주거지로 적합하지 않아" 건설 반대
서울과기대·총학생회 "계획도 없이 학생 주거문제 외면하나" 반발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과학기술대가 건설을 추진하는 ‘대학협력형 행복주택’이 관할 지자체인 노원구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노원구는 ‘도시계획상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학생 주거 문제를 지자체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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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기술대 대학본부 [사진=서울과학기술대 제공] |
20일 LH, 노원구, 서울과기대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LH와 서울과기대는 학교 부지 내 ‘대학협력형 행복주택’을 건설하기로 기본협약을 맺었다.
대학협력형 행복주택은 대학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LH가 주택을 지어 해당 학생과 인근 대학생 등에게 공급하는 ‘학주근접형’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서울과기대 행복주택의 경우 총 150호·225명 수용 규모로, 서울과기대 학생 50%, 인근 대학생 50%를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LH는 2016년 충북 청주의 충북대, 경남 진주의 경상대와도 협약을 맺고 행복주택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충북대는 곧 착공이 시작될 예정이며 경상대는 후보지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서울과기대의 경우 관할 지자체인 노원구가 건립을 반대하면서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서울과기대 내 행복주택 건립 예정 부지와 한전연수원 부지 등을 엮어 ‘나노연구단지’를 유치할 계획이라는 것이 가장 큰 반대 이유다. 또 행복주택 설립 예정 부지가 대로변 건너편에 위치해 있어 대학생들의 주거 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원룸 임대업자 등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반대 근거로 들었다.
반면 서울과기대와 총학생회 측은 나노연구단지를 유치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살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행복주택을 우선 건립하고, 이에 맞게 나노연구단지 유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과기대에 따르면 학내 기숙사 수용률은 올해 기준으로 21.8%에 그친다.
더욱이 현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시절 서울과기대 학생들과 가진 토론회 에서 행복주택 건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점을 지적하며 '말 바꾸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당시 오 후보자는 “과기대 땅에 과기대가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며 “일반 아파트가 아닌 청년들을 위한 주택을 신축하는 것은 장려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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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6일 박상우 LH공사 사장과 김종호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이 대학협력형 행복주택 건설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서울과학기술대 제공] |
서울과기대 관계자는 “우리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며 “노원구가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행복주택 건립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재홍 서울과기대 총학생회장은 “학비도 벅찬 학우들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거비를 벌기 위해 일터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오 구청장과 노원구가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 측은 26일부터 노원구청 앞에서 행복주택 건립 협조를 요청하는 집회를 예고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LH는 노원구가 행복주택 건립에 동의하지 않으면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대학생들을 위해 이러한 형태의 행복주택을 최대한 건립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지자체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추진이 어렵다”며 “현재 LH와 서울과기대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노원구와 화합해 공통분모가 만들어지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원구 측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건립 반대의견을 내고 그 이후 아무 말이 없어서 사업이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지난 9월 학교 측으로부터 다시 협조 요청이 와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했으니 관련부서와 재검토를 해보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구청장이 후보 시절 행복주택 건립에 긍정적인 말을 했다고 해서 장기적인 도시계획이 바뀔 수는 없지 않나”라며 “우리도 학생 주거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노원구의 전체적인 발전 방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