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요국의 실물경기 둔화와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에 기업 인수합병(M&A) 열기도 꺾였다.
연초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던 기업 M&A 시장이 4분기 크게 후퇴한 것. 중국과 미국, 유럽 등 각국 정부의 해외 M&A 규제가 강화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도 M&A 시장의 한파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약세장을 의미하는 곰 [출처=블룸버그] |
21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4분기 들어 기업들이 발표한 M&A 규모가 7610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또 지난 1~2분기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섰던 실적에 비해 25% 이상 급감한 수치다.
기업 M&A가 한풀 꺾인 것은 전세계 주식시장의 널뛰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변동성이 가파르게 치솟은 데다 주가 하락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한편 기업 가치 평가를 둘러싼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혼란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M&A 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로펌 폴 웨이스의 스콧 바셰이 변호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가라앉지 않으면 내년 기업 M&A는 4분기보다 더욱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4분기 들어 전반적인 M&A가 감소한 동시에 대어급 딜 역시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의 냉각 기류를 반영했다.
200억달러 이상 메가톤급 M&A는 단 한 건에 불과했고, 연초 이후 발표된 상위 20개 M&A 협상 가운데 10월 이후 성사된 것은 IBM의 320억달러 규모 레드햇 인수를 포함해 두 건에 불과했다.
기업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인수합병에 나섰던 투자자와 기업들이 연이어 인수 가격을 깎아 내리고 있고, 피인수 기업의 경영자와 주주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수 가격을 둘러싼 이 같은 이견이 전반적인 M&A 시장을 마비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주요국 정부의 규제 강화 역시 딜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실제로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국가가 중국 기업의 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퀄컴의 NXP 인수 불발을 포함해 중국 정부가 M&A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JP모간의 허넌 크리스터나 글로벌 M&A 헤드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 데 따라 M&A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방어막을 높이고 있어 당분간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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