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주식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을 이뤘다. 다우존스 지수가 최근 5거래일 사이 1700포인트 이상 폭락한 가운데 연말 산타랠리는 종적을 감췄다.
연초만 해도 최고치 랠리를 연출했던 뉴욕증시의 주요 종목은 베어마켓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최악의 상황이 지나지 않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어 펀드 시장의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1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리퍼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 미국 주식 및 채권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4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6월 중순에 이어 올들어 두 번째 규모의 ‘팔자’에 해당한다.
10월 이후 주가 폭락이 연일 이어지면서 뉴욕증시는 올들어 상승분을 모두 토해냈다.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대형주로 구성된 S&P500 지수는 연초 이후 8% 가까이 하락했고, 지난해 이후 최고치 랠리를 주도했던 나스닥 지수는 장중 한 때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 역시 베어마켓에 빠졌다.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 심리를 반영하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미국 주식펀드는 26주 연속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주가수익률이 15배 아래로 떨어졌지만 저가 매수 세력을 찾기는 어렵다.
무역 정책 리스크에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을 둘러싼 경계감이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의 악재로 꼽힌다.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근본적인 요인은 실물경기와 비즈니스 사이클의 정점이다. 국내외 경제 성장의 둔화가 뚜렷하고, 월가는 내년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5%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두 차례의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예고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경기 침체를 재촉할 것이라는 경고다.
PNC 인베스트먼트의 메디슨 네스터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비즈니스 사이클이 정점을 찍고 아래로 꺾이기 시작했다”며 “지난 7~8년간의 경기 확장이 종료되고 앞으로 2년 이내에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현금 비중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올해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전통 자산이 일제히 손실을 낸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내년에도 지속될 여지가 높다는 것.
핌코의 롤랜드 메이스 신흥국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긴축과 무역 마찰로 인해 내년 전세계 경제가 위축될 전망”이라며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과 현금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10월 이후 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뉴욕증시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12월을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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