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거치지 않고 홈페이지에서 주문...타액 담아 배송
12가지 항목으로 제한...업계에선 규제완화 지속 요구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직장인들의 건강 검진에도 '유전자 검사' 항목이 선택항목으로 포함될 정도로 유전자 검사는 우리 실생활에 자리 잡고 있다.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나 치매, 뇌졸중 등 뇌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판별해 보는 검사다. 현행 법에서는 이런 검사들은 반드시 병원을 통해서 하게 돼 있다. 규제 개선 이슈로 부각된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irect-to-Consumer, 이하 DTC)'는 병원을 거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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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C 검사 12개 항목 [자료제공=EDGC] |
◆ 현행법상 DTC는 혈당, 혈압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
실제로 기자가 한 업체(이원다이애그노믹스, 이하 EDGC)를 정해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 검사 DTC를 진행하는지 체험해봤다. 병원을 거치지 않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대부분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을 한다. EDGC의 홈페이지에 가보니 진투미(gene2me)라는 상품이 있다. 가격은 14만9000원. 국내에 이처럼 DTC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10여 곳이다. 최근에는 검사항목을 줄여 2만~4만원대의 서비스를 내놓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진투미 상품은 12개 항목을 검사한다.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혈당조절, 혈압조절, 카페인대사, 비타민C, 체질량지수,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등이다. 항목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비교적 '가벼운(?)' 내용들이다. 집에서도 간단한 방법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은 훨씬 높지만 현재 법에선 12가지 항목으로 제한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다. 국내의 경우 2016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개정돼 DTC로 12개 항목, 46개 유전자만 검사할 수 있다. 해외에선 대부분 규제가 거의 없는 수준이고 글로벌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역시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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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및 동의서 [사진=김양섭 기자] |
◆ 타액 채취 전 30분간은 음식섭취나 흡연 안 돼
홈페이지에서 주문 결제를 하고 1~2일이 지나면 자택으로 키트가 배송된다. 이 키트에 본인의 타액을 담아 다시 택배 등을 이용해 회사 측에 보내면 된다. 타액을 담는 이유는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면봉 등으로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병원을 거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채취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혈액 채취 방법 등은 쓰지 않는다.
타액을 채취하기 30분 전에는 음식물 섭취나 흡연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불순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타액을 채취하기 전에 볼을 10~20회 정도 가볍게 원을 그리면서 주물러 주면 좋다. 구강상피세포가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한 팁이다. 타액을 보존액과 가볍게 섞고 뚜껑을 닫아 밀봉을 한다.
동봉된 동의서도 작성해야 한다. 개인정보 활용 등에 대한 동의서다. 배송된 택배 안에 스티커 타입의 바코드가 있는데 동의서에 이 스티커를 붙이고, 이 코드번호를 홈페이지의 본인 정보란에도 입력한다. 이제 동의서와 함께 밀봉된 타액을 택배 등을 이용해 회사 측에 보내면 절차는 완료된다.
택배가 회사 측에 도착한 날로부터 10~14일 정도면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오고 핸드폰과 이메일 등으로 통지도 해준다. 분석 결과는 파일 형식으로 돼 있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각 12가지 항목에 대해 유전적 요인에 의한 위험도 수치를 표기해 준다. 손수완 EDGC 컨슈머팀장은 "수치가 높은 경우 유전적 요인으로 관련 질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에 식이요법이나 생활습관 등을 통해 위험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법 등도 기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체질량에 대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BDNF, FTO, MC4R 등 3개 유전자를 통해 위험도를 판별하고 있다. BDNF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BDNF 단백질은 뇌에서 발견되는 신경 영양학적 요소로, 식이 습관 및 몸무게 조절 기능에 관여한다. 또 FTO 유전자는 지방조직 형성, 체질량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축적돼 체질량지수가 증가하게 된다. MC4R 유전자는 멜라노코르틴 4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다. 이 수용체는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렇게 유전자별 위험도 결과와 함께 3개 유전자를 통합 분석한 결과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총 12개 항목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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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C 분석결과 예시 리포트. [자료제공=EDGC] |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