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17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죽었을 때 남은 사람들의 기억에 어떻게 남겨질 지 생각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그것이 좋은 기억이면 더욱 좋겠지만, 혹여 나쁜 기억일지라도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누군가가 생각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더 기쁘지 않을까. 반대로, 누군가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연출 신춘수)는 토마스와 앨빈의 이야기를 통해 위와 같은 호기심에 대해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것과 동시에, 따뜻한 감성과 힐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있다. 2010년 초연된 후, 거듭된 공연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이 생긴 '스토리오프마이라이프'는 일명 '솜'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은 베스트셀러 '토마스'가 친구 '앨빈'의 장례식장에서 송덕문을 읽으면서 시작한다. '송덕문(頌德文)'이란 고인의 공덕을 기리어 지은 글로, 일종의 추도사지만 슬픔보다는 그 사람 인생의 업적이나 덕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는다. '토마스'는 송덕문을 쓰면서 '앨빈'과 쌓았던 과거 추억들을 하나씩 되짚어보기 시작한다.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
액자식으로 구성된 공연은 현재와 과거가 반복되면서 토마스와 앨빈의 추억들이 단편적으로 그려진다. 극적인 갈등 구조나 커다란 사건을 쫓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린다.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순수함과 열정, 소중했던 것들의 가치, 소박했지만 아름답고 행복했었던 무언가 혹은 이야기 말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하는 토마스는 앨빈과의 추억을 더듬다 자신의 모든 이야기가 앨빈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서로에게 소홀하게 되고 점점 멀어졌던 두 사람. 달라진 건 앨빈이 아니라 스스로였음을 깨달은 토마스의 모습을 통해 관객도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
작품 자체의 따뜻한 감성은 무대 위 연출과 넘버로 더욱 극대화된다. 앨빈이 운영하는 책이 가득한 책방을 배경으로, 헌책과 새책이 가득 쌓여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또 많은 종이들은 토마스와 앨빈의 추억을 상징하며, 공연이 끝날 때는 눈처럼 흩뿌려지며 아름다운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여기에 동화처럼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의 넘버가 관객들을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토마스' 역은 배우 강필석, 송원근, 조성윤이, '앨빈' 역은 배우 정동화, 이창용, 정원영이 맡는다. 이들은 순수했던 유년시절부터 정반대로 바뀐 현재의 모습까지 다채롭게 소화한다. 2인극임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꽉 채우는 열연은 물론, 페어마다 자연스러운 호흡과 친분에서 나오는 애드리브가 주는 소소한 재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
우정을 돌아보고 잊고 있던 가치를 깨닫게 되는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오는 2019년 2월17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