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1949년 신중국 건국 초기 마오쩌둥(毛澤東)은 ‘인구가 국력’이라며 많이 낳아 애국하자고 출산을 독려했다. 당시 피임약은 수입제한 품목으로 분류됐고 낙태도 법으로 철저히 금지됐다. 농촌 구석구석에는 ‘부자가 되려면 씨앗을 뿌리고 농사지을 아이가 많아야 한다’며 다산을 권유하는 포스터가 나붙었다.
이런 시절도 잠시, 1980년 어느날 신화사가 인구폭발 경제 대재앙을 경고한 사설을 발표한 뒤에는 인구 정책이 180도 달라진다. 엄격한 산하제한 정책(計劃生育, 한자녀 정책)이 도입됐고 당국은 이미 한 자녀를 둔 집안에 대해 불임 시술과 강제 낙태까지 벌였다. 방방곡곡에 ‘사오성콰이푸(少生快富, 적게 낳아 빨리 부자되자)’라는 구호가 메아리 쳤다.
당국은 마을마다 5호담당제를 조직해 각 가정의 임신상황과 초과 출산을 감시했다. 아이를 더 낳으려는 사람들은 산속으로 숨어들었고, 이를 ‘초성유격대(超生遊擊隊)’라고 불렀다. 단속의 눈을 피해 요행히 아이를 낳아도 호적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아이들은 ‘헤이하이즈(黑孩子)’라 해서 법과 체제 보호 밖에서 평생 '보트피플'처럼 살아야 했다.
또다시 세상이 변해 지금은 아이를 너무 안 낳아 탈이다. 지난 2014년부터 한자녀 정책을 완화했지만 신생아수는 해마다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 노령화의 인구함정은 이미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최대의 장애물이 됐다. 이러다 보니 예전 마오쩌둥 시대처럼 다시 ‘출산으로 애국하자’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산아정책 전면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도무지 애 낳을 생각을 않고 있고, 그럴수록 인구절벽의 폐해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출산 감소의 원인은 모두 경제 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집값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 데다, 결혼 한다해도 부담스런 육아 비용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것이다. 가임기 여성수와 여성들의 출산의욕은 이미 지난 2011년 이후 연속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에는 출생률이 역대최저치로 떨어졌고 노동연령인구(16세~59세)도 7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19년 신생아수는 2018년(1523만명)보다 더 줄 것이란 전망이다. 저출산 노령화는 경제성장 동력상실, 청년층의 노인 부양이라는 사회문제에다 경제의 혁신 및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성장률이 5%대로 속락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올 3월 양회(국회)에서는 산아제한 전면 폐지가 중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설령 출산 전면 자유화 조치를 내놓는다해도 신생아가 늘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다. 2016년 두자녀 허용 정책을 추진했으나 당해년도에 반짝 상승한 후 증가율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출산은 구조적 문제여서 인위적으로 추세를 바꾸기가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혁개방 40년 중국의 장기 초고속 성장은 사실상 ‘인구보너스’가 가져다 준 기대밖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빛의 속도에 비유되던 ‘중국성장의 기적’은 이제 가물가물한 옛일이 됐고, 중국은 인구보너스의 소멸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생산 코스트에서 비중이 큰 인건비가 치솟자 외국자본은 물론 중국 토종기업들까지 인근 동남아로 가려고 보따리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중국 1인당 GDP는 2018년 현재 채 1만달러(9770달러)를 넘지못하고 있다. 도시의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인구의 절반 7억명의 농촌주민 삶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 아래에 머물고 있다. 대략 2030년쯤 돼야 전국민이 비교적 넉넉한 삶을 누리는 선진국 문턱에 발을 들일텐데, 중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너무 빨리 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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