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일본

속보

더보기

결혼 소동으로 시작된 日왕실의 폭풍…2019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기사입력 : 2019년02월04일 09:00

최종수정 : 2019년02월25일 16:17

마코 공주의 결혼 소동 후미히토 친왕가의 실체 드러나
2019년 나루히토 왕세자 즉위 후 왕실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다이조사이(大嘗祭)는 종교색이 짙다. 국비로 지출하기보다 덴노(天皇·일왕)의 내정비로 처리하는게 적당하다"

2018년 11월 30일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친왕의 발언이 일본 주요 매체 1면을 장식했다. 정치적 발언이 금지된 일본 왕실에서 그 일원이 현실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는 1989년 현 덴노인 아키히토(明仁)의 즉위 때도 위헌 소송이 있었기에 관심을 받는 사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미히토 친왕을 향한 일본 여론은 싸늘했다. 그가 내년에 즉위하는 나루히토(徳仁) 왕세자를 방해하려 한다는 비난도 따랐다. 실제로 해당 보도 기사의 댓글난은 “본인 집안 일이나 신경 쓰라”는 등 냉소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재미있는 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여론은 후미히토 친왕에게 매우 우호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 2006년 아들 히사히토(悠仁)를 낳았다. 외동딸만 낳은 형과 달리 41년 만의 남자 왕족을 태어나게 한 후미히토에게 여론은 우호적이었고, 후미히토의 기세도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여론은 등을 돌렸을까. 우선 후미히토 일가의 장녀, 마코(真子) 공주의 결혼 소동을 살펴보자.

2018년 11월 30일 후미히토(왼쪽) 친왕이 53세 생일을 맞이해 다이사이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인 키코비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결혼 소동으로 ‘안하무인’ 후미히토 일가의 실체가 드러나다

2018년 2월 일본 궁내청은 11월에 예정됐던 마코 공주의 결혼을 2020년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덴노 일가의 결혼 날짜는 지진 등 천재지변이 일어날 때가 아니고서는 결코 미뤄지지 않기 때문에 전례 없는 일이었다.

물론 왕실로 따지자면 천재지변은 아니어도 충분히 재난에 가까운 일이 일어나긴 했다. 공주의 약혼 내정자인 고무로 게이(小室圭)의 어머니가 얽힌 금전 문제 때문이었다. 고무로 게이의 아버지는 그가 어린 시절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어머니는 다른 남성과 교제하면서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그 돈으로 아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댔다고 한다. 하지만 헤어지게 되자 남성이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어머니는 증여받은 것이라 주장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게다가 고무로 게이의 가족은 ‘신흥 종교’라 불리는, 한국으로 치면 사이비 취급을 받는 종교를 믿는다는 의혹도 있었다. 고무로 게이의 직업도 문제였다. 공주와 국제기독교대학(ICU) 동창인 그는 도쿄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비정규직 일자리란 뜻이었다.

일반적인 결혼에서 비정규직이 문제가 될 리는 없겠지만 왕실 여성의 혼처로는 문제가 있었다.

일본의 여성 왕족은 평민과 결혼하면 왕적을 이탈해 평민이 된다. 이는 국비로 지급받던 생활비를 더 이상 받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왕족으로서 평생을 살아오던 사람이 갑자기 서민 수준의 생활을 영위한다는 건 상상 이상의 문제다. 왕족 여성의 혼처는 대부분 중상류층 이상인 이유다.   

약혼 예정 발표 당시 마코 공주(우)와 고무로 게이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게다가 고무로 게이의 집안 문제는 일반인의 결혼에서도 심각하게 다뤄질만한 문제들이었다. 당연히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하지만 왕실 궁내청과 후미히토 친왕 일가의 행보는 정반대였다. 마코 공주는 고무로와의 결혼을 고집했고, 후미히토는 방임했다. 아니, 되레 고무로 게이에게 특혜를 붙여주기 시작했다.

결혼이 연기되고 미국 포덤대학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는 고무로에게 후미히토 일가는 고액의 경호원을 붙였고, 지금도 경호비를 지출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 세금으로 지출하는 돈이다.

또 후미히토 친왕 부부가 고무로를 왕실로 불렀을 때 취재진을 피한다는 이유로 동궁 정문을 통해 들어오도록 했다. 문제는 동궁 정문을 일반인이 지나가려면 덴노나 왕세자 부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후미히토는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허가도 받지 않고 이런 행동을 계속했다. 여론이 폭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론이 등을 돌리자 그동안 애써 잠재워왔던 후미히토 일가의 비리가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후미히토 친왕이 2006년 아들을 낳은 이후 일본 국민들이 애써 눈감아왔던 문제들이 말이다.

◆ 특혜만 요구하는 후미히토 일가

후미히토 일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들의 '특권 의식'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후미히토 일가가 당연하듯 해온 특례입학이었다. 

우선 후미히토 본인부터가 낮은 성적임에도 특혜를 받아 가쿠슈인(学習院)대학에 입학했다. 후미히토가 입학한 해 커트라인이 후미히토에게 맞춰져 입학정원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취급받고 있다.

후미히토의 두 딸인 마코 공주와 카코 공주도 성적이 안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이들 역시 본인의 실력으로는 입학하지 못했을 대학을 특례로 들어갔다. 하지만 입학만 했을 뿐, 이후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게다가 마코 공주는 박사학위까지 따겠다고 밝히면서 여론이 험악해지기도 했다.

뒤이어 막내아들인 히사히토도 특혜를 받아 명문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여론은 더욱 안좋아졌다. 사실 마코 공주의 결혼 소동이 일기 전에도, 인터넷에선 이들 삼남매를 '바보 삼남매'라고 조롱하는 글이 심심치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후미히토 부부가 히사히토 출생 이후 공공연하게 왕세자 부부를 깎아내렸던 점도 다시 재평가 받으면서 '안하무인' 비판에 불을 지폈다.

그간 극우세력들은 노골적으로 나루히토 왕세자를 깎아내리고 후미히토를 띄워왔다. 왕세자의 개혁적 성향이 강한만큼 그들의 입맛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극우 성향이 강한 궁내청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손을 잡고 왕세자를 깍아내리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는 한편, 왕실 행사에서도 후미히토를 돋보이게 하면서 왕실 서열을 흔들었따. 

지난 2013년 야마오리 데쓰오(山折哲雄)라는 종교학자가 월간지에 "황태자 전하 퇴위하십시오"을 올려 논란일 일으켰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일본 분위기 상 일반인이 왕실과 관련된 극단적 주장을 펼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뒤에 후미히토와 궁내청이 있단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그래도 당시엔 수십년만에 아들을 낳았다는 점 때문에 여론이 눈을 감았다. 하지만 후미히토 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역시 안하무인이었다"는 평가로 이어지게 됐다. 

◆ 덴노의 생전양위 발표에 뒤통수 맞은 후미히토

이처럼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던 후미히토 친왕의 기세는 2016년에 가서야 한 풀 꺾인다. 바로 덴노의 생전양위 발표때문이다. 

그동안 덴노 부부는 후미히토 친왕의 안하무인 행동에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후미히토와 극우세력은 덴노 부부가 자신들을 용인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덴노는 생전 양위를 밝혔다. 이는 후미히토가 무슨 일을 하든 "왕위는 나루히토 왕세자의 것"이란 선언과도 같았다. 이는 곧 덴노 부부가 후미히토를 지지해서 하극상을 방임한 게 아니란 말이 된다. 하극상을 '굳이' 제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왕위는 정해져있었단 뜻인 셈이다. 

다만 후미히토 친왕은 나루히토의 즉위 이후 '황사'가 돼 왕세자에 준하는 직위를 얻게 된다. 이때만 해도 후미히토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을 수도 있다. 왕세자에게 아들이 없는 이상 나루히토-후미히토-히사히토 순으로 왕위가 넘어갈 수 있는 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코 공주의 소동이 이 희망을 끊어버렸다. 일본 국민들의 반감은 "후미히토 일가에서 덴노가 나오는 꼴을 볼 수 없다"는 여론으로까지 이어진 상태라, 후미히토 뿐만 아니라 히사히토에게도 반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루히토 왕세자(좌)와 아이코 공주의 모습.[사진=로이터 뉴스핌]

게다가 히사히토가 누나들을 닮아 머리가 안 좋다는 소문도 히사히토 즉위에 대한 반감을 더욱 지폈다. 히사히토와 달리 왕세자의 외동딸 아이코(愛子) 공주가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아이코 공주는 중학교 입학 이후 줄곧 상위 1% 안에 드는 성적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러니 "아키히토 덴노가 이번에 한해 유례없는 생전 퇴위를 한 것처럼, 아이코 공주에 한해서 여성 덴노를 허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왕세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일본 정치계에선 아이코 공주의 덴노 즉위가 심도있게 논의된 적이 있었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60%의 응답자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여기에 아이코 공주에겐 '왕실 최고의 두뇌'라는 평가까지 따라붙은 상황이며, 왕세자 일가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으로 변했다. 아이코 공주의 즉위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게 된 것이다.

후미히토 친왕이 왕세자에 준하는 '황사'가 된다지만 이는 전례가 없는 불안정한 지위다. 일본 왕실전범에서 덴노의 승계는 '덴노의 자식'에게만 가능하다고 못박고 있다. 반면 여성 덴노는 역사상 10명이나 존재했다. 후미히토의 즉위보다 아이코 공주의 즉위가 더 현실성있다는 뜻이다. 

나루히토 왕세자와 마사코 왕세자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여론을 역전시킨 왕세자 일가, 왕실은 바뀔 것인가

일본 왕실에서 덴노는 곧 법이다. 아키히토 덴노의 사례만 봐도, 덴노가 마음만 먹으면 전례없던 생전 양위가 진행될 수 있다.

때문에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하는 2019년 5월 1일부터 일본 왕실에선 개혁이 진행될 거란 전망이 대세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일본 왕실에서 진보적 스탠스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오랜 기간 왕세자 일가를 노골적으로 천대했던 궁내청이 개혁 대상에 오르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한 여론이 왕세자 일가에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점도 왕세자의 개혁의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궁내청과 극우세력의 헐뜯기,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점으로 마사코 왕세자비는 마음의 병을 얻고 장기간 요양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왕위가 확정된 뒤로는, 세 가족이 서로를 의지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는 점, 어려운 와중에도 품행이 바르고 똑똑한 자녀를 길렀다는 점에서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기세등등했던 차남가의 몰락과 왕세자의 즉위, 예고된 개혁. 일본 왕실은 2019년 5월 이후 변화의 바람에 휩쓸릴 것이다. 변화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향할 것인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kebj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민주 이미 해리스 후보 추대 움직임"...러닝메이트도 거론 [뉴욕=뉴스핌] 김근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고 있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이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교체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유지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민주당은 이미 그녀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오는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이 같은 결정을 따라주기를 설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과 당의 고위관계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내분과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구상을 지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이 교체 후보가 돼야, 바이든 선거 캠프의 막대한 규모의 정치자금과 선거조직도 잡음 없이 승계돼기 때문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다만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더라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일 발표된 CNN 방송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 대결할 경우 45% 대 47%의 지지율을 보였다. 오차범위 내 박방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2%포인트(p) 뒤지는 결과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그룹은 정치자금 큰손 등을 대상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본선 경쟁력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민주당 일각에서 심지어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를 기정사실화하고 그와 함께 대선을 치를 러닝 메이트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여성'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는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가 유력 후보이고,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주지사 등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전언이다.  힌편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준 타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거론하며 '래핑(laffin') 카멀라 해리스'라고 조롱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자주 크게 웃고 있으며 '실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위기 위한 포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정적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를 별명으로 붙여 깍아내리고 공격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여왔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 대선 토론 직후 바이든 교체론이 불거지자, 민주당 '대한 후보'들을 비판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아예 논의 대상도 안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kckim100@newspim.com 2024-07-06 03:26
사진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