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호연·웃음 원하는 관객 니즈 맞물려
대작들 숨고르기 틈타…개봉일 행운도 작용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극한직업’은 제작 단계부터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재밌는 시나리오’로 입소문을 탔다.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은 후 소문은 힘을 얻었다. 시사회 내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는 일반 관객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결국 ‘극한직업’은 6일 오후 누적관객수 1052만9992명을 모으며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이 10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을까.
◆관객은 웃고 싶다…절묘한 타이밍에 터진 타율 높은 코미디
1000만 돌파의 가장 큰 이유는 코미디라는 장르다. 지난 연말까지 극장가에는 ‘국가부도의 날’ ‘마약왕’ ‘PMC:더 벙커’ ‘도어락’ 등 무겁고 진중한 작품이 잇달아 쏟아졌다. 하지만 제아무리 재밌고 의미있다 한들 계속 비극적이고 어두운 작품을 보고픈 관객은 없다. 자연스레 가벼운 코미디 영화를 향한 니즈가 커졌다.
실제 올초부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영화보다 소소하지만 ‘웃긴’ 영화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극한직업’은 그 적시에 나타났다. 게다가 영화는 특정 상황과 대사 등을 활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대놓고 웃겼다. ‘어디 언제까지 웃지 않고 참을 수 있나 보자’라고 작정한 듯, 쉴새 없이 관객을 자극했다.
◆“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야”…공감대 높은 스토리
메가폰을 잡은 이병헌 감독의 전작 ‘스물’(2015)이 젊음의 찬란함으로 20대를, ‘바람 바람 바람’(2018)이 기혼자들의 로망으로 중년을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전 세대를 타깃으로 잡았다. 서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국민 간식’ 치킨을 소재로 해 출발부터 공감대를 높였다. 여기에 형사와 자영업,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기발한 설정을 더했다. 코미디 영화인만큼 대단한 메시지는 없지만, 그들의 애환을 보듬어 각자 극한의(?) 생업 전선에서 살고 있는 관객을 위로했다.
◆버릴 캐릭터가 없다…류승룡부터 신하균까지 폭풍 열연
배우들의 열연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동력이다.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류승룡을 필두로 진선규(마형사 역), 이하늬(장형사 역), 이동휘(영호 역), 공명(재훈 역)까지 마약반 5인방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전작의 거친 얼굴, 섹시한 자태는 싹 지우고 하나가 돼 망가졌다. 특히 이들의 완벽한 호흡은 스크린 밖으로까지 느껴졌다. 구성원들의 합이 좋으니 웃음 타율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몰론 이들 외에도 신하균(이무배 역), 오정세(테드창 역), 김지영(고반장 아내 역)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 감칠맛 나는 연기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대진운도 ‘실력’…경쟁자 없는 독주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대진운이 좋지 않으면 1000만 고지를 넘을 수 없다. 다행히 ‘극한직업’은 대진운이 좋았다. 추석과 겨울의 참패 탓인지 올해 설 연휴 극장가는 예년과 달리 조용했다. 지난해만 해도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 ‘블랙팬서’ 등 대작이 쏟아졌지만, 올해는 ‘뺑반’ ‘알리타’ 정도에 그쳤다. 더욱이 일주일 뒤 개봉한 ‘뺑반’은 겨우 100만 관객을 넘으며 흥행전선에서 밀려났다. ‘알리타’는 연휴 막바지에 개봉한 게 악수였다. 흥행 반열에 오르기에 이미 ‘극한직업’ 돌풍이 너무 거셌다.
jjy333jjy@newspim.com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