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융중심지 10년, 63층 센터 등 인프라와 사람 몰려
외국계 금융사 없고, 금융산업 비중 낮아져 내실은 미흡 평가도
"지역금융와 핀테크 허브 구축하면 향후 10~20년 성공 가능"
[부산=뉴스핌] 한기진 기자 = 지난 15일 찾은 부산광역시 문현지구 국제금융중심지는 ‘신도시’로 변해 있었다. 2009년 1월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기 전만해도 3만7132㎡ 면적의 들판은 인적이 드물고 흙먼지만 날렸다. 주상환 BNK부산은행 팀장은 “지금은 고층아파트와 상권이 형성될 만큼 번성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금융회사 직원들은 과거 아파트를 분양받아 집값도 올랐고 가족들도 함께 와 부산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비롯해 23층 BNK금융그룹 본사, 15층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고층 빌딩은 계속해서 들어선다. 이 곳엔 한국거래소, 캠코, 예탁결제원 등 금융공기업 중심으로 29개 금융회사가 몰려있고 38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금융공기업 외에 탄소가스 배출권거래소, 중앙청산산소 등 파생상품거래소도 유치했고 최근에는 해양금융종합센터, 해양진흥공사도 입주하면서 해양금융 특화지구로 외연이 확대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0년전에는 상상조차 힘들었던 일”이라고 평했다.
물론 외형적·물적 인프라 대비 내실성장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외국계 금융회사도 없다. 부산의 금융산업(GRDP) 비중도 2011년 7.4%에서 2016년 6.5%로 감소했고, 국제금융센터지수도 2015년 24위에서 2018년 46위로 떨어졌다. 중국 선전, 광저우 등 경쟁도시의 급부상이 부산 순위를 끌어내렸다.
◆ 오건돈 시장 “금융은 네트워크 기반...부산은 철도·항만·공항 3각 물류체계 구축”
그렇다고 부산의 10년 노력을 평가절하할 수만도 없다. 10년전 부산 금융중심지 연구용역을 담당했던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위원은 “대외금융시장이 좋지 않았고 10년만에 금융중심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부산은 10~20년 뒤에는 싱가포르나 중국 상하이, 선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금융센터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만난 오거돈 부산광역시 시장은 “금융은 사람, 기업, 산업, 금융 등 네트워크의 토대가 있어야 성장하는 것을 10년만에 깨달았다”고 했다. 그 경험으로 부산시가 새로 내놓은 금융중심지 10년 프로젝트가 ‘북한개발은행’의 부산 설립이다. 북한개발은행이란 북한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 정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중국인프라은행, WB(세계은행)이 공동을 출자하는 은행이다.
오 시장은 “부산은 철도 항만 공항 3각 물류체계가 구축된 거점도시로,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시·종착점이자 신북방·신남방 정책의 물류중심도시다. 인근 지역인 거제, 울산에 세계적인 조선소가 밀접해 있고 대양과 대륙사이의 지정학적 위치로 해운 관련 기업과 산업에 발달해 있다. 북한 인프라 개발 등 남북경협 진출 기회도 있다”고 했다.
그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거제 신공항 이야기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 지역 학계 인사는 “대구는 신공항이 교통 편리성에 그치지만 부산은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했다.
체계적인 국제금융중심지 성공을 지원할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을 7월경 설립한다. 정옥균 부산시 서비스금융과장은 “부산형 금융발전모델을 개발, 국내외 금융기관 및 국제금융기구 유치 전략 수립과 시행, 북한 인프라 개발 대비 금융지원체제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사진=부산시청] 2018.11.15. |
◆ “부산은 지역금융허브와 핀테크 허브 동시에 추구해야”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금융도시들의 성장배경이 달라서다. 1세대 금융도시인 런던과 뉴욕은 산업화 과정에서 제조업과 함께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했고 2세대 도시인 싱가포르와 상하이는 글로벌 물류 중심지의 이점과 정부 육성정책이 결합된 성과물이다. 최근 등장한 3세대 도시인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베를린, 중국 선전은 핀테크 등 디지털 산업 기반과 정부의 인프라 조성 등 적극적 개입으로 만들어졌다.
황형준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사무소 대표 파트너(금융부문 총괄)는 “부산은 2세대 지역금융허브와 3세대 핀테크 허브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류 등 지정학적 위치를 살리고 정부는 규제완화와 조세혜택 등 육성정책을 내놓고 디지털·핀테크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