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구 부회장 기여도 감안하면 '계열분리'가 답
LG그룹 계열사간 사업 연관성 커 마땅한 회사 찾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구광모 회장 체제의 '젊은 LG'를 구축하고 있는 LG그룹이 구본준 부회장과의 관계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 구 부회장이 그동안 기여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계열분리가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분리할 회사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구본준 ㈜LG 부회장. [사진=LG] |
20일 재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다음달 LG그룹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모든 직위를 내려놓을 계획이다. LG전자, LG화학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고, ㈜LG의 부회장직에서도 용퇴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면서 정했던 수순에 따른 것이다. 당시 LG그룹은 구 부회장이 구 회장 취임 직후 일선에서 물러나며 연말 인사와 주총 등을 통해 모든 직위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구 부회장의 이후 행보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일부 계열사를 가지고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장자 상속 원칙을 지키고 있는 LG그룹은 경영승계가 이뤄지면 선대 회장의 형제들은 계열분리를 통해 LG그룹에서 손을 뗀 일이 많다. LS그룹이나 LF, 아워홈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구 부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와병중일 때 그룹 경영을 대신 맡아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공도 있다. 때문에 LG그룹과 구광모 회장 입장에서도 최대한 예우를 해줄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예상이다.
문제는 마땅히 분리할 회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계열분리를 한 회사들은 전선이나 유통의 사업부문 등 LG그룹의 주력 사업과는 거리가 있으면서도 독자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현재 LG그룹은 계열사들의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쉽게 나누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계열분리 대상에 자주 언급됐던 LG전자나 LG이노텍의 자동차 전장사업 일부는 LG그룹의 핵심 신성장 사업인만큼 가능성이 크지 않다. LG 관계자 역시 "계열분리를 염두에 뒀다면 지금 전장사업에 이렇게 공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소재사업부문도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역시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LG가 LG화학 수장으로 새로 영입한 신학철 부회장이 소재부문 전문가라는 점, 또 전기차 배터리 등 전장사업과 관련이 높다는 점 등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나마 다른 곳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LG상사를 가지고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구 부회장이 관심을 쏟았던 전자나 전장과 거리가 멀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러다 보니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가 당장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내 특별한 직위는 없지만 대주주이자 자문 역할로 조카의 경영을 도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이는 '젊은 LG'를 외치고 있는 구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본인들 사이, 특히 구 부회장이 특별한 역할이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있다고 하더라도 재계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계열분리 등에 대한 소문이 돌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나 LG그룹 입장에서도 구 부회장의 향후 거취 문제가 빨리 마무리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관건은 계열분리든 다른 방법이든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LG그룹의 사업 구조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