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베트남 노동자들이 또박또박 일본어로 '2.8독립선언서'를 읽는다. 사실 이들은 노동자 옷을 입은 일본 거주 베트남 유학생들이다. 일본 작가 히카루 후지이는 베트남 유학생들을 섭외해 2.8독립선언서 낭독을 재연하는 연극을 꾸렸다. 도대체 작가는 왜 일본어로 1919년 2월 8일 일본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모여 선언했던 모습을 재연한 것일까.

이 내용이 담긴 영상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이 개최한 '모두를 위한 세계'에서 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직무대리 유병홍)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3.1운동 100년의 역사를 동시대 미술의 지평과 세계사적 토대에서 재조명하는 '모두를 위한 세계'를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에서 3월 1일 부터 5월 26일까지 연다.
이 전시는 한일 양국의 이항대립 관계 범주를 초월해 세계사적 토대와 동시대 미술의 지평에서 3.1운동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본다. 일본,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만, 베트남, 터키, 덴마크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가 참여해 국제적인 관점에서 3.1운동에 접근한다.

일본 작가 히카루 후지이는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대만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받는 작가다. 그는 주로 일본의 제국주의를 재조명하는 작품을 다룬다. 이번 '모두를 위한 세계'에서 공개한 '2.8독립선언서|일본어로 낭독하기'는 베트남인의 목소리로 현재까지 일본 사회에 만연한 불의와 불평등을 소환시키고 1919년 당시 2.8독립선언서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이 작품 역시 3.1운동을 국제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히카루 후지이는 작품에서 베트남인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일본에서 찾을 수 있는 일본제국주의의 모습이 베트남 노동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 노동자는 일본 사회 내에서 차별을 많이 받고 있다. 이렇듯 현재에서 일본 제국주의 현상을 찾고 이 역사에 대한 반성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히카루 후지이는 서울시립미술관으로부터 '3.1운동' 전시를 의뢰받을 당시 고민도 많았다. 다만 작가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도쿄의 2.8독립선언 기념자료실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하면서 '2.8독립선언서|일본어로 낭독하기' 작품을 완성했다.
이 외에도 전시 '모두를 위한 세계'에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키는 미시적 요소들을 투영한 작품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아으멧 우트, 야오 루이중, 윌리엄 켄트리지, 응우옌 트린 티, 제이 진 카이젠의 작품이 다채로운 시각과 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89hk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