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뉴스핌] 양상현 기자 = 경기 포천시가 지난 1일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맞아배포한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서' 원문에 인쇄 실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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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포천시가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맞이해 제작 배포한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서' [사진=양상현 기자] |
3ㆍ1운동 때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는 우리나라의 독립 의지와 그 당위성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런 역사적 가치로 말미암아 여러 도서와 기념공원 등에 글 또는 비문의 형태로 적혀 있다.
하지만 포천시가 지난 1일 시비 60만원을 들여 제작한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서' 원문에는 첫번째 단락 끝에 영문을 알 수 없는 'Se...'라는 영어 문자가 겹쳐서 인쇄된 채로 시민에게 배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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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서' 중 '3.1 독립선언서' 원문 [사진=양상현 기자] |
이에 대해 4일 시 관계자는 "인쇄물 초안을 보냈을 때는 이런 인쇄 실수가 없었는데, 오늘 보니 이상한 영어 문자가 겹쳐서 인쇄돼 있어 당황스럽다"며 실수를 시인했다.
시민 A씨는 "포천시에서 만든 독립선언서 원문이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더 눈여겨보았다"면서 "일반 시민조차 뭔가 쓸 때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단락 나누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마무리하는데, 하물며 시에서 만든 뜻깊은 기념행사의 홍보물이 이렇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민 B씨는 "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방심하는 순간이 오고 그래서 틀릴 때가 있기도 하지만, 업무상 검토하는 서류의 오류를 바로잡지 않고, 오류가 있는지도 모르고 배포하고 나서 3일이나 지난 후에야 시민의 지적으로 잘못을 깨다고 시인하는 포천시는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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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경기북부노인지도자대학 박동규 학장(82) [사진=양상현 기자] |
3·1운동 100주년 포천시 기념식에는 평생을 역사 바로 세우기에 헌신하며, 독립선언서가 원문과 다르게 표기된 교과서와 비문 등을 바로잡은 경기북부노인지도자대학 박동규 학장(82)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그는 2009년 11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답사, 독립선언서 비문을 독해하는 과정에서 선언서 1762자 가운데 잘못 쓴 한자 200여 자를 발견했다.
박 학장은 “당시 비가 건립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방문자들은 국한문·고어체의 문장이라 읽기를 회피했고, 일부 오자가 발견됐더라도 그대로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와대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 12곳에 ‘탑골공원 독립선언서 비의 한자 오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제하의 호소문과 독립선언서 원본의 복사본, 한자 정오표, 필사한 선언서 정본 등을 동봉해 발송했다.
그러나 접수된 호소문은 접수 담당자가 탑골공원이 소재한 종로구청으로 민원을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등 무성의로 일관했다는 게 박 학장의 설명이다. 박 학장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 국민에게 3ㆍ1운동 독립선언문 원본 그대로를 접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박 학장의 노력 끝에 2015년 서울 탑골공원에 원본대로 필사·각석한 새로운 독립선언서 비가 세워졌다. 그의 지치지 않는 노구의 열정이 역사를 바로 세운 것이다.
박 학장은 또 고교 국어 상권에 수록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잘못 쓰인 한자를 확인,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수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2013년 국어 교과서의 개정판이 간행되기도 했다.
박 학장은 “과거 우리 선조가 선언한 독립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역사 바로 세우기이고, 나라 사랑"이라고 말했다.
yangsangh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