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미술관 올해 두 번째 기획전 '거짓말' 7일 개막
윤동천 관장 "작가들이 어떤 의도로 갖고 거짓말하는지 주목"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두 눈에 불꽃이 튄다! 이젠 조금씩 사나워진다! 나 으르렁 으르렁대! 너 물러서지 않으면 다쳐도 몰라."
가수 엑소의 '으르렁' 가사다. 그런데, 이 글귀가 북한의 옥류체로 쓰여졌을 때는 마치 북한의 선전표어로 느껴진다. '옥류체로 쓰여진 노래'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신정균 작가의 '옥류체로 쓰여진 노래' 2019.03.07 89hklee@newspim.com |
신정균 작가는 우리나라는 인터넷 정보 강국이지만 북한에 관한 정보는 적어도 일반인에게는 접근금지된 확인 불가능의 영역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한국 현실의 일면을 날카롭게 시사한다.
신정균의 '옥류체로 쓰여진 노래'와 같이 의도한 '거짓말'을 품은 미술 작품이 서울대학교미술관(관장 윤동천)의 기획 전시 '거짓말'에서 7일부터 오는 5월 26일까지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안규철의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람' 2019.03.07 89hklee@newspim.com |
전시는 허구의 내러티브를 전제로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최근 한국미술의 동향을 살핀다. 윤동천 관장은 7일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린 '거짓말'전 간담회에서 "작가들은 강력하게 무엇을 드러내고 싶어서 거짓말하는지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신정균의 '옥류체로 쓰여진 노래'와 같은 작품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반대로 거짓말을 차용한 작품은 때로는 화를 돋울 수 있다. 혹은 작품 속 거짓말을 끝까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지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객을 속이고자 하는 예술 작업과 윤리적 측면은 논쟁의 대상이 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안규철의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람' 2019.03.07 89hklee@newspim.com |
전시장에 소개된 안규철 작가의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람'(1998)도 거짓말을 첨가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작가는 상자 속으로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한다. 삽화 내용은 아주 허무맹랑하다. 상자를 마련하고, 그 상자에서 천을 꺼내고 구부러진 부분이 없도록 펼친다. 다음으로 상자 속으로 들어가면 그 상자는 서서히 사라진다는 거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임에도, 이 상자를 실재화시키면 보는 이들은 마치 실제로 가능한 일로 느낄 수 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전시장 한켠에는 상자와 상자에서 뻗어나온 긴 천으로된 작품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람'이 전시돼있다.
이병수 작가는 관악산 호랑이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자국을 확인하고 호랑이와 관련한 여러 연구자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관악산의 환경과 맞춰보는 '관악산 호랑이' 작품을 작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실제로 우리가 기대하는 바와 성공 기준, 유용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험을 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관악산 호랑이'를 설명하는 이병수 작가 2019.03.07 89hklee@newspim.com |
현장에서 만난 이병수 작가는 '거짓말'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과 허구는 창작에서 동력이다. 미술계에서는 방법론이 대두되면서 시각뿐 아니라 작품의 이야기에도 초점이 맞춰졌고, 다양한 표현 방식이 받아들여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에서 거짓말 장치에 대해 "재미도 있지만, 예술에서 거짓말은 '목적'이 있는 거다. 우리에게 숨은 뜻이 있음을 메시지화 하는 거다. 의문을 가지게 하고 관심을 유발하고 작품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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