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 숍에서 여성 고객 탈의 유도 후 강간
대법 “사력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고 항거 가능한 것은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폭행·협박이 간음행위보다 선행되지 않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하며, 물리적 행사가 없더라도 강간죄에서 요구하는 폭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마사지 숍에서 여성 손님을 강간한 김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김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재판부는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과 간음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폭행·협박이 반드시 간음행위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항거할 수 있었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간음행위 직후에 피해자를 제압하는 것은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 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마사지 숍에서 근무하면서 2017년 3월 경 여성 손님을 성폭행하고, 같은해 8월에는 여성 손님을 유사강간해 기소됐다. 김 씨는 일반적인 마사지 과정인 것처럼 고객을 속여 탈의를 유도한 후 범죄를 저질렀다.
김 씨는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강간죄에서 요구하는 폭행·협박이 없으므로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형법에 따르면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범죄로써 폭행·협박이 동반돼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에 있어야 성립된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가 기습적으로 피해자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억압한 것은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에 해당한다”며 김 씨에게 징역 5년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또 “피고인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면서 피해자를 협박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김 씨는 “1심은 신빙성 없는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진술을 허위로 꾸며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별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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