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장기투자에 집중 가능한 지배구조가 경영성과 높여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없어진 경영권 방어수단 본격 논의해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이 미보유 기업보다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에서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3월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 중 비금융기업 78개사를 대상으로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 10개사와 미보유 기업 68개사의 10년(지난 2008∼2018년) 간 경영성과를 비교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
특히 차등의결권이 주주권익을 훼손한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 주주들은 미보유 기업 주주보다 더 많은 배당수익과 주당이익 증가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시총 최상위에 있는 상장사들이다. 이 때문에 한경연은 경영성과를 가른 요인으로 경영진에게 미래 장기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지배구조를 꼽았다. 또 헤지펀드들의 무분별한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을 확보한 것이 경영성과를 가른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차등의결권이 1주 1의결권 원칙을 훼손하고 대주주나 창업주(가문)의 지배권을 보호해주는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한경연은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들은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투자 결정을 과감하게 내렸고 이는 지난 10년 간의 경영 성과로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경영권 방어 수단들이 상당수 제거됐다”며 “이제 우리 기업들에 대한 해외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거세지는 만큼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 도입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