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작농 아들 출신 흙수저…"억울함 없는 세상 만들겠다"
[부산=뉴스핌] 남경문 기자 =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1978년 부산지검·울산지청 검사로 재직 중 인권유린과 비리로 얼룩진 형제복지원 사건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김용원 변호사가 최근 서울에서 다시 지역(부산 중구)으로 내려왔다.
검사시절 수사를 통해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과정을 소개한 '브레이크없는 벤츠'의 저자인 김 변호사는 중구 지역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평생 자신이 지켜왔던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위한 마지막 사명감으로 지역봉사의 기회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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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변호사 [사진=김용원 변호사] 2019.3.12. |
검사 출신으로 보수적이고 상류층 인사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김 변호사는 사실 '개천에서 용이 난'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영도 청학동 소작농의 아들로 청학초등학교와 남중학교, 경남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어렸을 때는 영도로 이사와 아버지가 청학동에서 나라의 땅을 불하받아 고구마, 배추 등의 농사를 지어 근근이 생활을 했다. 돈이 없어 영도 청학동에서 당시 중구 농산물 판매장까지 왕복 두 시간 거리를 걸어 다니며 학교를 다녔다. 그래도 그때는 행복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다. 합법적으로 등기까지 마친 땅을 나라에 반납하라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땅을 빌려 소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김 변호사는 아버지의 억울한 눈빛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그때 아팠던 기억 때문에 법조인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 제19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 검사로 근무하면서 꿩 사냥을 나섰다가 우연히 강제노역 현장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정권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 변호사는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특수감금죄와 업무상 횡령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그가 해외연수를 떠난 사이 대법원에서는 박 원장에 대해 횡령 혐의만 인정하고 특수감금에 대해서는 무죄를 판결, 2년6개월 징역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한 해 3000여 명이 감금되고 10년간 사망한 사람이 500여 명이 넘은 것을 고려한다면 솜방망이 처벌이었던 셈이다.
무죄판결 29년 만인 지난 2018년 11월20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해 재심의 길을 열었다.
수사 검사였던 김 변호사는 늦게나마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규명과 피해자 인권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데에 조금이나마 피해자 유족들에게 마음에 짐을 덜었다.
news234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