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D 부회장, 중소형 올레드 부문 강조하는데
고객사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뺏겨..점유율 확대 ‘애로’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대세화에 앞장서겠다며 중소형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목표가 이뤄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 둔화는 물론 기존 고객사였던 화웨이마저 삼성디스플레이에 빼앗기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중소형 올레드 전용으로 건설된 경기 파주 E6공장이 회사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사진=LG디스플레이] |
19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P30프로’의 올레드 디스플레이 패널 전량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기로 결정하면서 LG디스플레이 입지가 지금보다 더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화웨이의 ‘메이트RS’에 올레드 패널을 공급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 테두리 및 전면부에 초록색 빛이 올라오는 ‘그린 스크린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화웨이의 새 모델엔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비중이 낮아 이번 결정이 LG디스플레이에 치명적이라고 볼 순 없다”면서도 “LG디스플레이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과 삼성전자에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화웨이 같은 중국의 세컨드 티어 업체에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치고 들어오면서 앞으로 점유율을 높이기는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중소형 올레드 패널의 기반을 만들어 올해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힌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발언은 무색해졌다. 지난 15일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부회장은 “중소형 올레드 부문이 회사의 주요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금년까지 대형 및 중소형에서 의미있는 인프라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중소형 올레드 부문 강화를 강조해왔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도 TV와 마찬가지로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올레드로 흐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9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을 차지하는 중소형 올레드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수율이 낮은 LG디스플레이가 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LG디스플레이엔 악재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기별 시장 보고서인 마켓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규모는 약 3억900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7%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소형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는 경기 파주 E6공장 세 번째 생산라인에 일부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파주 E6라인에서 애플에 공급할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수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E6공장 투자는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지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디스플레이 공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업체 손해배상 문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큰 돈을 투입해야하는 상황”이라며 “LG디스플레이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