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조사단이 '철기시대의 기원'을 바꿀 것으로 보이는 유물을 발견,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한다고 25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근동문화센터 아나톨리아 고고학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2017년 9월 터키 아나톨리아 지방에 위치한 고대 유적 '카만 카레휘위크'에서 다량의 산화철을 포함한 직경 3㎝의 저울추 모양의 덩어리를 발견했다.
해당 유적은 고대 오리엔트 시대 철기를 앞세워 번영했던 히타이트 제국(기원전 1200~1400년)이 위치했던 곳에 있다. 히타이트 제국은 지역 원주민들이 발명한 제철 기술을 독점해 군사적 우위를 얻은 것으로 여겨진다. 제철 기술은 제국이 쇠락하면서 주변 각국으로 보급됐다.
연구소 측은 지난 1986년부터 카만 카레휘위크 유적에서 조사를 진행해, 기원전 2250~2500년대의 지층에서 해당 유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25~26일 가쿠슈인(学習院)대학에서 열리는 발표회에서 해당 유물의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카만 카레휘위크 유적 [사진=중근동문화센터아나톨리아고고학연구회] |
오무라 사치히로(大村幸弘) 연구소 소장은 출토된 유물이 철기시대 유물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철기술은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생겨났다는게 통설이지만, 해당 유물은 분석 결과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만들어 진게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지역에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초기 철기제품 중엔 우주에서 온 철운석을 가공한 것도 있기 때문에, 연구소 측은 비교혹성학을 연구한 마쓰이 다카후미(松井孝典) 도쿄대 명예교수 등에 분석을 의뢰했다. 유물 분석에는 세계첨단의 미세가공과 정밀 분석 기술이 응용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물의 구성하는 0.1㎜의 철화합물 입자 단면을 조사한 결과, 철운석과는 조성이 달랐다. 또 인위적인 가열을 했을 때 나타나는 동심원 형태의 조성분포가 나타나면서, 해당 유물은 사람이 철광석과 불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또 유물에 미세하게 포함된 납 조성을 조사한 결과, 해당 지역에서 산출되는 철광석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쓰이 명예교수는 이런 결과에 근거해 "해당 덩어리(유물)은 철광산에서 중간단계까지 가공한 '반제품'이며 누군가가 먼 지역에서 갖고 온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해당 유물이 특정 지층에서 복수 출토됐다. 해당 지층은 지표에서 약 12m 밑에서 발견된 두께 1m의 소토(焼土)층 바로 위에 위치했다. 유물과 같은 지층에서 나온 건물 흔적에는 불에 태운 흙을 파서 목제를 늘어놓은 기초 위에 진흙으로 만든 벽이 있었다. 햇볕에 말린 벽돌 위주인 해당 지역의 건축과는 다른 양식이다.
오무라 소장은 "이 곳에 있던 고대도시가 대규모로 파괴돼, 그 불판 흔적 위에 북방에서 온 이문화 집단이 이주한 것을 타나낸다"고 설명했다. 오무라 소장은 이때 초기 제철기술도 동시에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지역의 철광석과 비교를 해보면서 제철기술이 생겨난 장소나, 아나톨리아가 철기시대 도래에 미친 역할의 중요성 등을 해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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