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해상자위대, 남극관측 지원 임무서 철수 검토
지원자는 줄어드는데 업무는 늘어…인력활용 방안에 분투
동중국해선 초계기 도입·무인잠수함 등도 연구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으로 일본 자위대가 고심하고 있다. 대원 충원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북한과 중국 감시 등 임무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산케이신문은 방위성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해상자위대가 남극관측선 '시라세'(しらせ) 운용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이 해양진출을 강화하면서 따르는 견제임무에 인력을 돌리기 위함이다.
시라세는 매년 약 5개월에 걸쳐 일본과 남극을 왕복하는 관측선으로 연구진들이 탑승하며 해상자위대가 운항한다. 운항에 필요한 승무원은 약 180여명으로 호위함 1척에 필적한다. 해상자위대는 해당 인원을 시라세에서 철수시키고 다른 함선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방위성과 자위대 측은 지난해 12월 결정한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의 개정작업과 병행해 시라세 철수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철수로 인한 홍보활동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다, 자위대법에서 남극관측 연구에 협력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자위대가 철수를 검토하게 된 배경엔 일손부족 문제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대원모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자위대의 경우 중국이나 북한 선박을 경계·감시하는 업무가 늘어나고 있어 일손부족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육상·해상·항공자위대 세곳 모두 자위대 후보생 채용에서 목표를 밑돌고 있다. 2017년도는 계획의 80%인 7513명 채용에 그쳤다. 특히 이 중에서도 해상자위대는 계획의 65%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최소 수주간에서 몇개월에 걸친 해상 근무로 인해 기피하는 지원자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해상자위대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동중국해 중국군함 경계, 북한 선박의 불법환적 감시 등의 업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내거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구상'도 임무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자위대는 지난해부터 이즈모(いずも)형 호위함의 남중국해, 인도양에서의 2개월간 장기훈련을 정기화하기로 했다. 아사히신문은 "해상자위대 대원들의 훈련과 휴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열린 일본 자위대 사열식에서 '자위대 헌법 명기'를 위한 개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 정부와 자위대 측도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결정된 방위대강에서도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들을 담았다.
대표적인 것이 동중국해 영해 감시 임무에 투입할 초계함을 건조하기로 한 것이다. 방위대강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향후 10년 내 초계함 12척 운용체제를 갖춰 센카쿠(尖閣)제도 부근의 감시 능력을 강화한다. 초계함 완성에는 5년 정도가 걸릴 전망으로, 2020년도부터 2~3척씩 건조한다.
경계·감시에 특화된 초계함은 1척 당 필요한 승무원이 30명정도에 불과하다. 종래 동중국해 감시 업무에 투입되던 호위함은 1척당 200명 전후한 인원이 필요하다. 이즈모형 호위함의 경우는 약 470명이 필요하다. 한 해상자위대 간부는 "상대국에 '지켜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건 초계함으로 충분"하다며 "그 이상의 사태가 되면 호위함을 내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또 해상자위대는 신형 호위함 22척에 '집단 크루제'를 도입한다. 기존처럼 대원을 특정 호위함 1척에 소속시키지 않고, 호위함 3척당 4개의 크루를 두는 식으로 운영방식을 바꾼다. 이 경우 3개의 크루가 근무하는 동안 1개의 크루는 쉴 수 있다. 선내 설비를 같게 해 어디서 근무하든 차이가 없게 할 방침이다.
해상자위대 내에서는 소속함정을 자기 집처럼 여기는 '애함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해상 자위대는 "배는 쉬지 않되 사람은 쉬게 한다"는 방식으로 운용방침을 바꾼다.
또 신형 호위함은 선내 소화장비를 자동화해, 관제장치를 1곳에 집약시킨다. 이 경우 호위함 운용에 필요한 인원이 기존의 절반 수준이 10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향후 5년 간 해상자위대는 함재형 무인기 3대를 도입한다. 헬리콥터 조종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뢰탐지, 바다 경계감시 등을 담당할 무인잠수정(UUV) 연구도 진행한다.
아시히신문에 따르면 일손부족으로 인해 여성 자위대원도 관심받고 있다. 방위성은 여성자위관의 비율을 지난해 봄 6.5% 수준에서 2027년 9%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해상자위대도 여성용 장소를 마련한 함정을 늘리는 것 외에도 요코스카(横須賀)기지, 사세보(佐世保)기지에 여성전용 관사를 신설한다. 또 함내가 좁다는 이유로 해상자위대 유일의 남성전용 구역이었던 잠수함에도 여성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