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의 신' 니진스키의 삶 다룬 창작 뮤지컬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진 캐릭터 아쉬워
배우들 열연과 아름다운 선율의 넘버 인상적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발레 뤼스'는 1909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단된 러시아 발레단이다. 유럽 문화예술계의 핵심이던 디아길레프가 조직해 강렬하고 개성있는 작품으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 중심에는 천재 무용수 니진스키가 있었다.
뮤지컬 '니진스키' 공연 장면 [사진=쇼플레이] |
뮤지컬 '니진스키'(연출 정태영)는 천재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의 전반적인 삶을 그린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발레리노로 평가받고 '무용의 신'이라 불리지만, 천재와 광기 사이에서 불운한 삶을 살았던 니진스키를 재조명한다. 여기에 그를 발레 뤼스에 영입한 후원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이들과 협업한 천재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까지 당대의 발레,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인생과 꿈, 좌절과 비극을 모두 담는다.
공연은 니진스키와 디아길레프가 만나면서 시작한다. 이어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와 만나 파격적이지만 천재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페트루슈카'를 성공시킨다. 이후 자신의 춤을 창작하려는 니진스키와 스트라빈스키가 충돌하고, 디아길레프의 중재로 탄생한 '봄의 제전'이 엄청난 혹평과 저항을 불러일으키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니진스키는 자신의 열렬한 팬 로몰라와 결혼하고, 이에 분노한 디아길레프는 그를 파면한다. 니진스키는 정신분열증이 악화돼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
뮤지컬 '니진스키' 공연 장면 [사진=쇼플레이] |
실제로 니진스키는 열 살이던 1900년 러시아 황실 발레학교에 입학했고, 2년 후 러시아 전역에 신동으로 알려졌다. 18세 때 최정상급 오페라 발레 극장인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소속 발레단에서 주역을 맡을 정도로 천재적인 무용수로서 자질을 보였다. 1909년 디아길레프와 만나 발레 뤼스에 합류하게 되면서 니진스키는 인생의 정점과 바닥을 모두 경험한다. 뮤지컬 '니진스키'는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105분만에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전체적으로 완벽한 발레가 무대 위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공연 시작부터 말미까지 짧은 몸짓이나 동작으로 발레의 분위기를 충분히 풍긴다. 무엇보다 니진스키의 대표작인 '패트루슈카'와 '봄의 제전'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게 구성된 무대가 참신하다. 니진스키의 분신으로 실제 무용을 전공했던 배우가 안무를 재해석해 구현한다. 직접 배우들이 촬영해 완성한 영상을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덕분에 탄생한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퍼포먼스가 흥미를 유발한다.
뮤지컬 '니진스키' 공연 장면 [사진=쇼플레이] |
다만 너무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접근하면서 오히려 공감되지 않는 니진스키가 탄생했다. 디아길레프와 스트라빈스키, 아내 로몰라까지 주변 캐릭터의 개성이 강하고 각각 이야기가 과하게 드러나면서 오히려 주인공인 니진스키가 묻혀버린다. 그가 추구하는 무용, 예술, 꿈이 단순히 당대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파격' 정도로만 그려지면서 그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도 아쉽다.
배우들의 열연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가만히 서있는 자세부터 가벼운 걸음걸이까지 무용수로 보이기 위해 신경쓰는 모습, 클라이막스에서 2회전 점프까지 그간 흘린 땀과 노력이 드러난다. 김찬호, 정원영, 정동화 세 배우의 니진스키가 보여주는 클라이막스는 각각 다르게 꾸며진다. 또 우아하면서 고풍스러운 클래식의 분위기를 가득 담은 넘버가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다소 어려워서 공연이 끝난 후 흥얼거릴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선율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 '니진스키'는 오는 8월 1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