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합, 부동산 실소유주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상고심 원고 승소 확정
전합 중 4명 대법관,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 판단
부동산 투기·탈세 등 불법 수단 악용..사법조치는 숙제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등기상 명의를 제3자에게 이전했더라도, 실소유주는 제3자가 아닌 부동산 소유주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국민 재산권을 보호해 사회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선고이면서도, 부동산 등기를 타인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 근절을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대법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일 부동산 실소유주 A 씨가 부동산 명의자 B 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 씨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 “부동산실명법 위반..불법원인급여 단정할 수 없다”
전합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 씨의 남편은 1998년 농지를 취득한 뒤, 농지법 위반 문제가 발생하자 B 씨의 남편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했다. A 씨는 2009년 남편이 사망하자 농지를 물려받아 실소유해왔다.
그러다, A 씨는 2012년 B 씨의 남편도 사망하자 B 씨를 상대로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므로 B 씨의 남편 앞으로 된 소유권 등기도 무효이며 진정한 명의 회복을 위해 소유권 등기를 원 소유자에게 이전해야 한다”며 소송에 나섰다.
이에 B 씨는 “농지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 행위이고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원 소유자는 땅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하급심에서는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다른 사람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 씨 승소 판결했다.
대법도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더라도 재산권은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전합은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 4명의 대법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사법조치 필요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해 9명의 대법관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이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종래 대법 판례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전합 판단이다.
반면, 4명의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온 만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명의신탁 등은 부동산 투기와 탈세 등 불법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전합은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과 현재의 부동산실명법이 가지는 한계에 대하여는 깊이 공감하고 있고, 다만 반대의견과 같이 구체적 사건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하는 법원의 판단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입법적 개선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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