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AI 로봇으로 되살린 설정
[대구=뉴스핌] 황수정 기자 =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AI로봇과 마주할 날도 머지않았다.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만 보던 상상 속의 일들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 자연스레 AI로봇을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뮤지컬 '유앤잇(YOU&IT)'은 이러한 상상을 풀어놓는다.
제13회 딤프 창작지원작 '유앤잇(YOU&IT)'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뮤지컬 '유앤잇'(작 오서은, 곡 이응규)은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창작지원사업 선정작 중 하나다. 세상을 떠난 부인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이 그녀와 똑같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내용이다. 사실 작품은 그동안 인공지능을 다룬 콘텐츠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타, 바이올린, 첼로, 드럼 등 라이브 밴드의 아름다운 선율이 긴 여운을 남긴다.
극중 주인공 규진은 미나를 잃고 좌절하던 중 AI로봇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는 고민 끝에 AI로봇으로 만들어진 미나와 재회하고, 다시 행복한 일상을 꾸린다. 그러나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미나가 충격을 받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리셋이 반복되면서 결국 다시 한번 이별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제13회 딤프 창작지원작 '유앤잇(YOU&IT)'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작품의 배경은 2025년이다. AI로봇의 탄생 외에도 드론으로 택배를 받는다든가 다른 모양의 휴대폰 등의 설정만 살짝 드러날 뿐, 멀지 않은 미래이기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이 사는 공간은 훨씬 전통적이고 예스럽다. 규진이 손으로 일기 쓰는 걸 고집한다거나 도예가인 미나가 작품 하나하나 애정을 쏟고 영혼을 담는 성격인 설정도 의미심장하다.
다만 이러한 대비가 효과적인 역할을 하진 못한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복선을 넣기 위해 뜬금없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비슷한 상황과 설정이 계속 반복된다. 80분의 짧은 공연 시간이지만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개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배우들의 감정은 고조되는데,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니 관객흡인력과 공감도가 떨어진다.
제13회 딤프 창작지원작 '유앤잇(YOU&IT)'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AI로봇을 주제로 예상되는 이야기를 너무 평범하게 풀어낸 것이 아쉽다. 로봇을 통해 인간다운 삶,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너무 단순하고 평면적이다. 로봇을 바라보는 시선도 아쉽다. 쉽게 선택하고 리셋하는 행동은 결국 로봇을 자신의 소유물로 보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나오는 결과기 때문이다.
상상력의 부재를 채우는 건 음악이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라이브로 연주되는 아름다운 선율이 귀를 사로잡는다. 첼로와 2대의 바이올린, 기타, 드럼 등으로 구성된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하며 코러스까지 겸한다. 노래는 다소 어렵지만 현악의 선율이 특히 가슴을 울린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