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강도 강화 및 임금하락 우려"…"근로자 편의 및 효율성 증진"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국내은행들 노사가 '탄력근로제' 도입을 놓고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사측은 주 52시간제 체제 속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탄력근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측은 자칫 제도가 오남용돼 직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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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노조 측에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시중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회사에선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라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길 원한다"며 "현재 노사 간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타행도 마찬가지인 걸로 안다"고 전했다.
탄력근로제는 정해진 기간 내 근로시간, 형태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정해진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최대 주52시간으로 맞추면 되기 때문에, 특정 일이나 주에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도 연장근로로 보지 않는다. 이에 많은 기업들에서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대안으로 도입을 추진중이다.
사측은 '업무 효율성' 측면을 강조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탄력근로제는 근로자의 삶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근로자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제도"라며 "일이 많을 때 일을 많이 하고, 적을 땐 적게 해 정해진 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당수 노조는 탄력근로제를 반대하고 있다. 제도가 일정기간의 노동강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전행 차원의 도입을 논의하자고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탄력근로제를 오용해 인력 운용을 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근본적인 것부터 논의하자고 역제안을 했다"며 "제도 도입 전 선제적으로 해결돼야할 부분은 격무를 방지할 수 있는 인력 충원"이라고 강조했다.
임금하락 문제에 대해서도 노조는 우려를 표한다. 사측이 통상임금의 150%를 줘야하는 연장근로 수당을 아끼기 위해 탄력근로제를 오남용할 수 있다는 것. 앞선 노조 관계자는 "주간보다 야간 근무강도가 세지 않나. 지금보다 노동강도는 세지는데 임금은 내려간다"며 "이 부분 역시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장치가 마련되긴 했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제도 오남용을 막기 위해 기업이 탄력근로제를 3개월 넘게 운영할 경우, 임금감소분을 보전하고 11시간 연속 휴게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내놓은 것.
하지만 이 합의안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 3명이 본위원회 일정을 보이콧해 최종 의결에 이르진 못했다. 이에 경사노위가 지난 3월 국회로 공을 넘겼으나, 국회가 파행을 빚어 진전이 없다가 최근에서야 논의의 물꼬가 텄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도입에 대한 합의 여부는 지부별로 다르다"며 "다만 사측에서 일을 더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유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지나치게 세질 수 있다는 점에 각 노조들은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