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대규모 유동성에 기댄 중국의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돈줄의 핵심 공급원인 은행권 자본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 건설업과 IT를 중심으로 대규모 여신을 제공, 경제 성장 동력을 제공했던 은행권의 자금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9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6.2%에서 2021년 5.8%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은행권이 대규모 여신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만큼 자본 건전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극심한 무역 마찰 속에 성장을 부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유동성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은행권 자본 현황은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적용한 25%의 관세에 따른 파장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를 압박할 것이라고 피치는 주장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최근 수 년간 중국 은행권 이익이 적정한 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그칠 뿐 대규모 여신을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수익성과 자본력이 세계 2위 경제국의 강한 외형 확대를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수익성 둔화뿐 아니라 중국 금융 당국의 자본 규제 강화도 한 몫하고 있다고 피치는 판단했다.
이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관세 및 무역 마찰로 인한 충격을 상쇄, 경제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민간 의존도를 날로 높이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은행권이 버팀목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가파른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수 년간 중국 은행권은 12~13에 달하는 대출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여신 성장이 상당폭 꺾일 것이라고 피치는 내다봤다.
자본 규모 이외에 은행권 자산의 질적 저하 역시 경기 둔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피치는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에 따라 부실 여신 축소를 추진중이지만 재무건전성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의 디폴트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 이는 은행권의 부실 여신을 확대하는 요인이고, 향후 유동성 공급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어 투자자들이 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소 규모의 지역 은행이 잠재적인 충격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피치는 강조했다. 지난 5월 기준 이들 은행권의 자산은 전체 업계에서 13%를 차지, 적지 않은 비중을 나타냈다.
한편 월가에서도 하반기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나왔다. 블랙록은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 관련 이머징마켓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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