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협상 진전 청신호, 美 관세 전면전 충격 스스로 인정한 셈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이 내달 1일부터 시행 예정인 대중(對中) 추가 관세 중 일부를 연기하기로 결정, 중국과 무역 전면전에서 한 발 물러섰다.
양국 고위 정책자들의 전화 통화 후 내린 결정으로, 다음달 워싱턴 담판의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한편 협상 진전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마찰에 따른 고통을 드러냈고 중국이 이를 약점으로 판단해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3일(현지시각) 미 무역대표부(USTR)의 추가 관세 일부 연기 발표는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치닫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일정 부분 반전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USTR은 3000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 가운데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노트북과 컴퓨터 모니터, 휴대폰, 비디오 게임 콘솔, 일부 의류 및 신발이 포함됐다.
또 건강과 안전, 국가 보안을 근간으로 이 밖에 일부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USTR은 밝혔다.
반면 스마트워치와 휘트니스 기기, 스마트 스피커, 블루투스 헤드폰 등 상당 부분의 IT 제품이 연기 대상에서 제외, 내달 1일부터 10% 관세를 적용 받을 전망이다.
로이터는 이날 결정에 대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류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와 전화 통화를 가진 뒤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USTR의 발표에 이어 중국 상무부도 공식 성명을 내고 양국 고위 정책자들의 전화 담판 사실을 발표했다. 다만, 2주 후 다시 전화 통화를 갖고 주요 쟁점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을 뿐 미국 측의 일부 관세 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에서 펜실베니아로 이동하기 위한 에어 포스 원 탑승 전 기자들과 만나 “관세 연기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의 충격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과 협상 타결에 대해 항상 낙관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를 위해 많은 것을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소식에 크게 반색했다. 애플을 포함한 IT 섹터를 중심으로 주요 지수가 2% 내외에서 랠리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5bp(1bp=0.01%포인트) 상승하며 침체 신호로 통하는 일드커브 역전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켰다.
미국의 양보가 명백한 청신호에 해당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두고 양국 유통업계와 제조업계가 관세 부담을 모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종 협상 타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관세 연기가 12월15일까지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만족시킬 만한 행보를 취하지 않을 경우 상황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콤패스 포인트 리서치의 아이삭 볼탠스키 애널리스트는 투자 보고서에서 “양국 무역 협상과 관련해 모처럼 희소식”이라며 “하지만 최종 타결은 2020년 대통령 선거까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소매업협회의 데이비드 프렌치 대변인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양국의 신경전이 미국 실물경기를 위협하고 있다”며 “민간 소비와 고용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관세를 앞세운 압박보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USTR의 결정은 대규모 관세로 인한 부담을 중국이 떠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 투자 매체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역시 관세가 미국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품목의 관세 도입을 연기한 것은 무역 전면전의 후폭풍을 감안한 일보 후퇴라고 판단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공매도자로 통하는 짐 채노스는 이날 트윗을 통해 “중국은 관세 연기를 미국이 막다른 곳으로 내몰렸다고 판단, 버티기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밭 관리가 시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농산물을 포함한 수입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미국의 관세 연기 결정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