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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슈와 문화적 소비는 구분돼야 한다?

기사입력 : 2019년08월27일 08:31

최종수정 : 2019년08월27일 08:56

영화는 영화, 예술은 예술…'국제정세와 별개' 시선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정치적 이슈와 문화적 소비는 구분돼야 한다.”

지난 5일 한중일 합작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영원히, 함께’ 기획발표회에서 ㈜미디어캐슬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가 한 말이다. 당시 그는 일본 영화 불매 운동을 놓고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는 국적이 있지만, 영화는 국경이 없다”며 “외부 환경 요인으로 색안경을 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불매 운동으로 평점 테러를 당했던 영화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지난 7월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됐다. 이는 일본 영화 평점 테러, 항일 영화 구매 운동 등으로 연결되며 극장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관객들의 움직임일 뿐, 정작 영화 산업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양새다. 불매 운동 한 달째, 국내에서는 다시 일본 영화 상영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 영화 수출도 한일 관계 악화와 무관하게 순항 중이다.

21일 수입배급사 콘텐츠판다는 내달 4일 ‘인랑’의 재개봉 확정 소식을 고지했다. ‘인랑’은 국내에서도 리메이크됐을 만큼 유명한 명작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제작한 국가는 일본. 오시이 마모루의 만화 <견랑전설>을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내달 재개봉하는 영화 '인랑' 스틸 [사진=콘텐츠판다]

국내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일본 영화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BIIFF 측은 오는 10월 3일 개막을 앞두고 예년처럼 다수의 일본 영화와 게스트들을 초청했다. “공식기자회견 전까지 구체적인 작품, 게스트를 미리 고지할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일본 영화와 영화인들이 제24회 BIFF를 찾는 건 기정사실이다. 

전양준 BIFF 집행위원장은 최근 서울 종로 인사동 모처에서 열린 식사 자리에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일본 영화를 볼 수 있다. 일본 영화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했다”고 밝혔다. 물론 여론을 의식한 듯 “일본의 수출 규제가 논란이 되기 전인 6월 이미 일본 영화 70편을 보고 초청작 99%를 정리한 상황”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15일 개봉한 ‘암전’은 얼마 전 일본 배급사와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배급사 TCO㈜더콘텐츠온에 따르면 ‘암전’은 국내 개봉 이후 일본 영화·음반 배급사 킹 레코즈에 영화를 판매했다. 한국 영화 ‘블라인드’ ‘심야의 FM’ 등을 수입한 회사로 현재 ‘암전’ 일본 개봉 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사진=CJ ENM]

앞서 수출된 CJ ENM의 영화 ‘기생충’과 ‘극한직업’은 최근 일본 개봉일을 확정했다. 국내에서 1626만 관객을 돌파한 ‘극한직업’은 내년 1월 3일,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은 1월 중 일본 관객을 만난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자’ 역시 일본 개봉일을 조율하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번 한일 관계 악화가 영화 산업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늘 그랬듯 작품이 좋으면 수출이 성사되고 있다”며 “일본 수출 후 개봉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작품이 있는 것도 일본 개봉이 원래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오래 걸려서다. 다른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관객들의 반일 감정이 커지면서 처음에는 여론을 신경 쓰느라 개봉 보류, 영화제 초청 배제 등을 결정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영화는 영화, 예술은 예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좋은 작품이라면 정치, 사회적 상황과 별개로 교류돼야 하고 그것이 문화가 해야 할 일이자 문화의 힘”이라고 짚었다.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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