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테니스는 1980년을 기점으로 반환점을 맞았다. 특히, 비인기 스포츠였던 테니스에도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은 결과 인프라 측면에서는 호주, 프랑스, 영국, 미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테니스에서는 중국판 '김연아' 리나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 슬램 대회서 정상에 오른 후 중국은 본격적인 테니스 굴기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19년 8월 기준 세계랭킹 톱50 선수를 4명이나 보유 중이다.
[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최근 세계 스포츠에서 중국 굴기가 심상치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부터 월드컵 본선 진출과 우승 및 개최를 목표로 '축구 굴기' 에 나서며 대표팀과 자국 리그인 슈퍼리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테니스도 포함된다. 중국 테니스는 1980년까지 한국·일본보다도 실력이 낮았다.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서 테니스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부터 중국 테니스는 반환점을 맞게 됐다.
중국은 테니스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시작했고, 이 결과 인프라 측면에서 4대 그랜드슬램이 열리는 호주, 프랑스, 영국, 미국 등 테니스 선진국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약 3만개의 테니스 코트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윔블던과 겹치는 자국 대회의 경기 일정을 변경하는 등 세계 무대와 흐름을 같이 했다. 중국은 현재까지 외국인 코치들을 영입하고 자국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기회를 제공하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리나(37)의 등장은 중국 테니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골프여제' 리나. [사진=USA투데이] |
리나가 중국 테니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소후왕] |
왕치앙이 세계랭킹 18위로 중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사진=소후왕] |
왕치앙은 테니스 미녀선수로도 화제다. [사진=소후왕] |
1982년생인 리나는 2011년 프랑스오픈 결승서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39·이탈리아)를 꺾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당시 결승을 시청한 중국 인구는 약 3억3000만명에 달했고, 중국인들은 테니스에 폭발적으로 열광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테니스 인구는 1980년대 약 100만명에서 현재 1400만명으로 약 14배 이상 증가했다.
리나가 2011년 프랑스오픈과 2014년 호주오픈서 정상에 오른 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중국 선수는 아직 없다. 하지만 6월 기준 왕치앙(27·18위), 장 슈아이(30·34위), 정 사이사이(25·38위), 왕 야판(25·50위) 등 총 4명의 중국 여자 선수들이 톱 50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여자 테니스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선수는 161위 한나래다.
이 중 세계랭킹 18위로 중국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왕치앙은 미녀 선수로도 화제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서 금메달을 차지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왕치앙은 중국 텐진에서 태어나 9살에 테니스에 입문했으며 2006년에 프로에 데뷔했다. 그는 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 그리고 빠른 발이 주특기다. 왕치앙은 특히 남자 정상급 선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핸드 마이너스 스텝을 구사해 크로스로 역공을 할수 있는 WTA의 몇 안되는 선수다.
중국은 독특한 방식으로 대표팀을 관리한다. 우선 대표팀 소속 선수들은 상금의 50%를 협회에 반납해야 하지만 투어 비용 전액을 협회로부터 지원받는다.
이밖에도 중국 남녀 대표팀은 주축 선수들과 후보 선수들의 실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주전 A팀과 후보 B팀 등 5명씩 두 팀으로 운영한다.
저장성과 장쑤성에서 지도 생활을 한 임규태 전 국가대표는 "대표팀 선수 두 명에 한 명의 코치가 전담 지도하고 있고, 선수가 원하면 개인 코치를 지원해 준다. 또 중국 대표 선수들은 비자 없이 외국을 방문할 수 있는 '관용여권'이 발급된다. 중국 내 테니스 인기가 축구에는 못 미치지만 여자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세계랭킹 34위 장 슈아이. [사진=시나스포츠] |
세계랭킹 38위 정 사이사이. [사진=시나스포츠] |
세계랭킹 50위 왕 야판. [사진=소후왕] |
왕 야판의 개인 최고 세계랭킹은 49위다. [사진=소후왕] |
왕 야판은 2014년 WTA 선전오픈서 데뷔했다. . [사진=소후왕] |
▲ '아시아 시장 개척'하려는 WTA, '세계서 입지 강화'하려는 중국
여기에 세계 테니스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중국은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려던 여자프로테니스(WTA)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장 모멘텀을 본격화했다.
리나가 프로에 데뷔한 1999년 중국에는 단 한 개의 투어 대회도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올 시즌 ATP 4개와 WTA 10개(홍콩오픈과 125K 시리즈 포함)로 미국을 따돌리고 가장 많은 WTA 투어를 개최하는 국가로 거듭났다.
대회 수준과 상금도 매우 높다. 상하이마스터스는 ATP투어 대회 중 등급이 가장 높은 1000시리즈, 차이나오픈은 1000시리즈 바로 아래 단계인 500시리즈다.
후베이성은 우한이 리나의 고향이라는 점을 고려해 일본 도쿄에서 열리던 팬퍼시픽오픈을 인수했고, 2억2500만달러(약 26000억원)를 투자해 윔블던 센터코트와 맞먹는 1만5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건설했다.
중국이 큰손으로 떠오르자 세계 테니스 시장에서 중국을 극진히 모시기 시작했다. 우선, 그랜드슬램 홈페이지는 중국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WTA는 아시아 지부 사무실을 중국에 개설했다.
호주오픈을 주최하는 호주테니스협회는 리나가 2014년 대회에서 우승하자 호주오픈을 아시아/태평양 그랜드슬램으로 재설계했다. 또 중국은 2015년부터 선전에서 호주오픈 아시아/태평양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를 개최하고 있다.
yoonge9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