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초보 경찰 에린(니콜 키드먼)은 범죄조직 잠입 수사 중 동료이자 연인 크리스(세바스찬 스탠)를 잃는다. 이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오던 에린 앞에 보라색 염료가 묻은 100달러짜리 지폐가 도착한다. 에린은 직감적으로 조직의 보스 사일러스(토비 켑벨)가 부활했음을 느끼고 크리스의 복수를 위해 다시 17년 전 악몽으로 들어간다.
영하 '디스트로이어' 스틸 [사진=㈜선익필름] |
영화 ‘디스트로이어’는 니콜 키드먼를 위한 영화다. 극중 니콜 키드먼은 주인공 에린 역을 맡았다.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그는 에린을 통해 또 한 번 내, 외적으로 낯선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니콜 키드먼은 이 작품에서 한 사람의 극명하게 다른 두 얼굴, 뜨거운 열정과 생기로 가득한 30대와 연인을 잃고 오랫동안 후회 속에서 살아온 50대를 오가는데 꽤 인상적이다. 약 20년에 걸쳐 진행되는 에린의 감정 변화가 와닿았다면, 그건 오롯이 니콜 키드먼의 열연 덕이다.
이야기 자체는 크게 인상적일 게 없다. 잠입 수사, 뜨겁게 타오른 사랑, 갑작스러운 임신, 연인의 죽음, 홀로 키운 딸과의 갈등, 오랜 세월 품어왔던 복수 등 큰 흐름부터 작은 설정, 대사 하나까지 모든 게 낯익다. 물론 익숙한 이 모든 것이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자극적인 재료들인지라 흡인력은 강하다. 뭐든 독성이 강할수록 끊기 힘든 법이다.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한계라면 한계다.
제목인 디스트로이어(Destroyer)는 사전적으로 파괴자란 뜻을 품고 있다. 에린을 포함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누군가를 파괴하고 또 누군가에 의해 파괴된다. 창작자는 그 이상의 것을 담았을지 모르나, 관객의 입장에서 제목이 갖는 의미는 그뿐이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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