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단기물 채권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 나갔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금리인하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자회견 발언에 귀를 쫑긋 세운 월가의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제로 금리 정책 복귀 전망을 내놓으며 전폭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베팅했던 월가에 기류 변화가 두드러진다.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이 운용하는 대형 단기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불과 4거래일 사이 19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했다.
자산 규모 220억달러의 ETF에서 단기간에 8.6%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는 단기물 채권 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로, 유동성 썰물이 펀드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7월에 이어 지난 17~1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이 또 한 차례 25bp(1bp=0.01%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1.75~2.00%로 낮췄지만 연내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 상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자들의 의견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엇갈린 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매파 목소리를 낸 데 따른 파장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격렬한 신경전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이 한 발씩 물러서는 움직임도 앞으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투자 구루들 사이에 쏟아졌던 경기 침체 경고가 진정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를 겨냥한 베팅 역시 매력이 떨어졌다는 진단이다.
BNP파리바의 티머시 하이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경제 지표가 온탕과 냉탕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정책자들까지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단기물보다 장기물 채권 투자가 적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준 정책자들의 이견은 여전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달 금리인하를 호평한 한편 기존의 연방기금 금리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 루이스 연은 총재는 CNBC과 인터뷰에서 연내 25bp의 금리인하를 추가로 단행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