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윤 전 수석 밀고...기재부, 최희남 KIC 사장 제청
윤 전 수석 수은 행장 내정시, '산은-수은 통합론' 재부각 관측
[서울=뉴스핌] 김진호 김선엽 김승현기자 = 차기 수출입은행장 후보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급부상했다. 청와대가 윤 전 수석을 막판 강하게 밀면서 애초 유력시됐던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밀려나는 구도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학회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05.24 dlsgur9757@newspim.com |
11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가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으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에 윤 전 수석을 적극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수석은 행정고시(27회)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역임한 거시경제통으로 추진력이 강하고 업무스타일이 꼼꼼한 편이다. 수은 행장 업무를 수행하기에 특별한 결격사유는 없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윤 전 수석을 청와대가 강하게 밀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수은 행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며 "기획재정부가 밀고 있는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과 2파전 양상"이라고 전했다.
수출입은행장 자리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기재부는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차기 수은 행장으로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어 청와대에서 밀고 있는 윤 전 수석이 좀 더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 수은 행장으로 사실상 급을 낮춰 가는 것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윤 전 수석이 수은 행장으로 갈 경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산은-수은 통합문제'의 불씨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과 수은의 통합문제는 지난 달 10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면밀히 검토해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며 "산은과 수은이 합병함으로써 훨씬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하며 불거졌던 바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 전 수석이 수은 행장으로 가서 산은과 수은의 합병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고 이에 반발하는 수은 내부를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수석을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해석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부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청와대 전 경제수석이 수은 행장으로 가는 것이 이례적이긴 하나 정치권에서 그간 꽤 회자됐던 사안"이라라며 "윤 전 수석이 수은 행장으로 가면 정권 차원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맡은 후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 역시 아직 후보군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란 분석이다.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제청권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최 사장은 행시 29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대부분의 커리어를 국제금융 쪽에서 보낸 '정통 경제관료' 중 한 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전임자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발자취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최근 정책금융기관 통합론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란 평가도 있다.
한편 수은 행장을 둘러싼 이른바 '낙하산 논란'은 이번 인선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은은 지난 2008년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기관장 공모제 활성화 방안' 의결로 '임원추천위원회 운영 규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당시 단 한차례만 실시됐을뿐 사실상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깜깜이 밀실 인사'로 은행장이 선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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