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내한에는 팬텀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크리스틴 다에 역의 클레어 라이언, 라울 역의 멧 레이시가 함께 한다.
세 배우 모두 '오페라의 유령'의 의미가 큰 만큼 이번 부산, 서울 공연으로 한국팬들과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 투어는 오는 12월 13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해 2020년 2월 9일까지 공연한 후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3월 14일부터 6월 26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7~8월 공연이 올라갈 예정이다.
"어린 시절, 이 작품을 처음 알게 됐을 때만 해도 여기 몸담을 거라 상상조차 못했어요. 키도 작고 멋도 부족한 것 같고 이 안에서 내가 할 역할이 있을까 했죠. 지금 내가 이 대서사 안에서 좋은 역을 하고 있다는 게 특권이라 생각해요.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하며 일하고 있죠. 그동안 꽤 젊은, 낭만적인 주인공을 많이 해왔어요. 이번엔 다소 깊이감 있고 여러 차원의 내면을 가진 라울을 연기하면서 제 삶의 경험을 적용시키고 연기의 층을 넓혀갈 수 있어 매일 도전하고 배워가는 느낌이죠. 한순간도 다 알고 있는 걸 무대에서 표현한다고 여긴 적은 없었고, 한국 공연 역시 기대됩니다."(멧 레이시)
"어렸을 때 처음 접한 뮤지컬이 '오페라의 유령'이에요. 가족이 집에서 항상 이 음악을 틀어놓고 듣고 또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죠. 집에 크리스틴 역의 사라 브라이트만 사진도 붙여놨어요. 저는 멧이랑 좀 다르게 처음부터 '저 역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연기와 노래 말고는 다른 커리어와 장래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저의 모든 것이고 큰 특권이에요. 이렇게 한국에 와 크리스틴을 연기하게 된 것, 처음 온 신사들과 공연하게 된 것 모두가 그렇죠. 이 두 분 역시 분명히 한국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또 부산에 가서 새로 생긴 공연장에 오를 것이 기대됩니다."(클레어 라이언)
"우리 작품을 보면 다른 작품이 생각나지 않을 거예요. 그만큼 강렬하고 어쩌다 한 번 나오는 작품이죠. 제가 몸 담아본 경험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오페라의 유령'을 2011년 처음 만났고 그 후로도 다양한 작품을 했지만 이만큼 인간으로 배우로 어떻게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해준 건 없었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늘 꿈꿔왔던 역이고 무대였기에 꿈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죠. 앞으로 어떤 배역도 저한테 이런 영감을 줄 수 없을 겁니다."(조나단 록스머스)
공동 인터뷰에서 세 사람에게는 '오페라의 유령'은 물론 이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 수많은 명작의 넘버를 작곡한 그의 명성은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널리 알려진 바다. 조나단 록스머스는 그 비결을 "혼신을 담아 곡을 쓴, 그의 진심"이라고 말했다.
"그의 모든 작품은 혼신의 힘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아우르는 소재가 굉장히 다양하죠. 로맨스, 정치적 이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까지 다루니 매력이 넘칠 수밖에요.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을 말하자면 아무런 선입견 없이 진심에서 나온 동기를 통해 곡을 쓰게 된 점이 포인트가 아닐까요. '오페라의 유령'은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쓴 음악들이죠. 얼마나 진심을 담아 썼을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 진심이 담긴 음악이 아직도 우리 귀에 울리는 것이 아닐까요."(조나단 록스머스)
역대 최연소 유령의 주인공이자 웨버의 대표작 6편의 주역을 거쳐온 조나단 록스머스와 웨버의 뮤즈로 불린 클레어 라이언은 지난 2012년 이미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후 7년이란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이들은 그때와는 조금 달라진, 그러면서도 환상적인 호흡을 예고했다.
"그간 제겐 좋은 시간도, 녹록지 않은 때도 있었죠. 그 경험들이 무대에 반영될 것 같아요. 개인사를 반영한 캐릭터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죠. 사실 팬텀 역이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해요. 마치 5개 장면에서 100m 달리기 하다가 확 나가버리는 느낌이죠. 크리스틴과 라울이 계속 무대에 나와서 잔잔하게 마라톤을 이어가는 느낌이라면 나와서 확 뛰고 나가는 감각이에요. 그만큼 임팩트있는 역이기도 하지만요. 지금 하는 것과 7년 뒤에는 또 다를 거예요. 그런 한계를 생각하면 이 역할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치열하게 열심히 하게 되죠. '7년 후에도 과연 이렇게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치열함을 담아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조나단 록스머스)
"7년 전 조나단과 마닐라에서 이 공연을 했죠. 그때와 우리의 삶도 달라졌고 공연계 자체도 달라졌어요. 그래서 더 새로운 공연으로 느껴질 수 있을 거고 보신 분들도 계속해서 오는 이유가 아닐까요. 바로 라이브 씨어터의 감동과 매력이죠. 라이브 공연에 대한 묘미를 항상 잊지 않고 감동을 전달하겠다는 게 7년 만에 돌아오는 저의 각오예요. 마치 삼각관계에서 인물들이 각자의 감정을 주장하는 것처럼 저와 무대, 관객들이 완벽히 호흡할 수 있기를 바라죠." (클레어 라이언)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클레어는 특별히 내한 공연이 처음인 멧 레이시, 조나단 록스머스에게 한국의 특별함을 얘기해줬다며 본격적인 투어와 함께 관광일정 역시 언급했다. 멧 레이시는 "공연 하면서 얼마나 관광을 할 수 있는지 몸으로 배울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등 한국의 새로운 경험에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7년 전에도 이미 고향에 돌아가 한국에 얼마나 맛집이 많은지 입이 닳도록 말했어요. 저는 벌써 한국에 단골 식당도 있죠.(웃음) 양쪽의 두 신사분들에게도 한국이 얼마나 매력있고 좋은지 다 얘기했어요. 한국 관객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도요. 이번에 새로이 부산 관객을 만나는 것도 기대하고 있죠."(클레어 라이언)
"공연을 하는데 물론 스테미너가 중요한 것 같아요. 평균적으로 배우들이 한 작품 안에서 주 8회 공연을 하는데 페이스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배워가는 게 가장 큰 도전이죠. 지금도 계속 경험 안에서 느끼고 배우는 중이에요. 삶의 균형을 또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공연하는 날엔 얼마나 관광을 할 수 있는지.(웃음) 다음에 그러지 말아야겠다, 공연 전에는 뭘 먹으면 안되겠구나. 공연 끝나고도 이걸 먹으면 다음날 안좋구나 느끼고 늘 배우죠."(멧 레이시)
인터뷰 막바지 세 사람은 과연 '오페라의 유령' 속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어떤 부분인지 질문을 받았다. 클레어는 "어느 한 장면을 공들여 표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장 사랑하는 장면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멧 레이시도 그런 클레어에게 동의했다.
"한 부분을 공들여 표현한다기보다, 어떤 장면에서는 내 감정을 자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어떤 신에서는 다 쏟아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예전엔 유령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을 제가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연출이 스포일러라고 했죠.(웃음)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 제가 굉장히 즐기는 장면이고, 또 한가지. 공연을 끝까지 보시면 맨 마지막에 배우들과 앙상블이 다 같이 부르는 곡이 있어요. 매번 소름이 끼치죠. 그 감동을 객석에서 모두가 다같이 느껴주시길 바라요."(클레어 라이언)
"사실 관객은 제가 무대에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분장실 장면인데 어릴 때부터 사랑을 키워 나가던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스러운 신이죠. 제가 거울 뒤에 있는데 그걸 아는 분도 모르는 분도 있어요. 모르는 분은 깜짝 놀라게 되고, 알았던 분은 드디어 나오게 되는 유령을 보게 되죠. 그들의 표정이 늘 기대돼요. 바이올린 솔로곡에도 제가 십자가 뒤에 숨어있는데, 제가 좀 자주 숨죠.(웃음) 이번 오케스트라에 한국 연주자들이 꽤 있어요. 그중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가 그 바이올린 솔로를 매일 밤 맡아주실 거예요. 극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한국 연주자가 담당하니 이번 공연이 더 인상적이고 기대돼요."(조나단 록스머스)
jyyang@newspim.com [사진=에스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