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명예훼손 2014년 8800건에서 2018년 1만5926건으로↑
악플 시달렸던 '설리 사건' 계기로 경찰이 적극 나서야
경찰 "구체적인 계획 수립하지는 않은 상태..대책마련 고심"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최근 연예인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죽음으로 일명 '악플'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악플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경찰이 악플러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사이버 명예훼손·모독' 범죄는 총 7664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6751건에 비해 13.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이버범죄 유형들 중 인터넷 사기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경찰청이 집계한 2019년 상반기 사이버 범죄 유형별 증감 현황 [사진=경찰청] |
사이버 명예훼손·모독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8800건에 불과했으나 2017년 1만3348건으로 늘었고 2018년에는 1만5926건을 기록했다. 신고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설리가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면서 악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이 악플러 근절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5일 '가수 설리 사망사건. 사이버 명예훼손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악플로 인해 피해자가 자살하는 사건을 더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남을 함부로 비방하는 악플러들을 강력처벌해달라"고 주장했다. 현재 3123명이 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현행법상 악플은 모욕죄와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 모욕죄는 친고죄인 관계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한 반면 명예훼손은 피해자 신고 없이 자체적으로 수사가 가능하다.
명예훼손은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아무런 처분 없이 수사가 종결되지만 경찰이 단속에 나설 근거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경찰에 적발된 악플러는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미만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2008년 영화배우 고(故) 최진실의 비극적 죽음 직후 대대적인 악플러 단속에 나서는 등 악플과의 전쟁을 벌였다. 당시 경찰은 이례적으로 구속 수사 방침을 세우고 악플러 단속에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900명을 투입했다.
단속 대상에는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나 악플 게시는 물론 전자우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 협박 및 사이버 스토킹 행위 등이 포함됐다.
결국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전례는 충분한 상황이지만 경찰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 논의를 거쳐 서둘러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경찰 자체적으로 악플 예방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관계기관과 협의해 단속하는 방법 등도 내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