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시나리오에 출연 결심…다양한 관점 이해
차기작은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누군가는 '용기 있다'며 치켜세웠고, 누군가는 '페미니스트'라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 어느 반응에도 휩쓸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모든 상황이 의아한 듯했다. 물론 작품을 둘러싼 논란을 모르지 않으며 외면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다만 자신이 그러했듯, 관객도 여느 작품처럼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주길 바랄 뿐이다.
"예상 밖의 일들로 무너지고 싶진 않다. 늘 좋은 영화로 소통하고 싶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그게 제 일"이라고,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돌아온 배우 정유미(36)가 말했다. 덤덤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본 건 지난해 8월 말 즈음이죠. 훌훌 넘어갔어요. 서사가 있으면서도 담백했죠. 그래서 보자마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그즈음 영화를 하고 싶기도 했고 타이밍도 잘 맞았죠. 일하다 보면 제가 부담스러워서 혹은 투자가 안돼서 못한 작품들도 생기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죠. 여러 가지가 잘 맞아서 차곡차곡 진행됐어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의 이야기다. 모두가 알다시피 원작은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이다. 이 소설은 2016년 출간 이후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동시에 '성차별을 역으로 조장한다'는 이유로 온갖 논란에 휩싸인 문제작(?)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화제성은 알고 있었어요. 시나리오 읽고 다시 찾아봤고요. 근데 제가 읽었을 때 감상과는 조금 다른 쪽으로 치우쳐있었죠. 물론 당연히 여러 관점, 시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해도 됐죠. 다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주변에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시나리오를 읽은 제 감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게 됐죠."
촬영하면서는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것은 책이 되기도 했고 동료가 되기도 했다. 작품 속 김지영과 또래이긴 하지만, 미혼자에 특수 직업을 가진 그가 김지영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배우 일이 모든 걸 경험하고 연기하는 건 아니니까 어렵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대로 했고 궁금하거나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은 건 소설 단락을 찾아봤죠. 거긴 묘사가 구체적으로 돼 있으니까요. 읽다 보면 풀릴 때가 있거든요. 물론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죠. 아무래도 육아를 병행하면서 연출도 하시는 분이라 의지가 많이 됐어요."
김지영과 닮은 점을 꼽아 달라는 요청에는 "나아가려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곧장 "지영이만큼 힘든 순간을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짧게나마 김지영의 삶을 살아본 이의 신중함이자 배려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지영이가 용기를 내잖아요. 그러면서 무엇을 할지 글부터 써보자고 하죠. 저도 비슷해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할 때 행복한 것들을 떠올리면서 계속 나아가려고 하죠. 올라간다기 보다 나아가려고요. 설령 그게 빠르진 않더라도 꾸준히 가보려고 해요. 아마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럴 거예요."
차기작은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역시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귀신을 쫓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겪는 일을 그린다.
"안그래도 저한테 민음사('82년생 김지영'과 '보건교사 안은영'의 출판사는 모두 민음사다)의 딸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촬영은 이제 끝났고 내년 4월쯤 공개될 예정이죠. 이후 작품은 미정이에요. 요즘 고민이요?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죠. 매일 고민하고 있고 그 노력을 게을리하고 싶진 않아요. 그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서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 궁금해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jjy333jjy@newspim.com [사진=매니지먼트숲]